"코란 외우면 석방·감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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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보수파가 대립하고 있는 이란의 '어두운' 감방에서는 요즘 밤낮으로 코란을 낭송하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수감자들이 석방 혹은 감형을 받기 위해 종교에 '귀의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교도당국은 최근 "코란을 모두 암송하는 죄수들을 감형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사형수라도 구제받을 수 있다고 이란 학생통신(ISNA)은 2일 전했다.

학생통신은 "아직 교도당국이 감형 절차나 범위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원칙은 마련된 상태"라며 "이미 이란 내 교도소들에는 3백여명의 성직자와 2백여 이슬람신학교 대학원생이 코란 수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에 대해 일부 개혁세력은 "성직자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범죄자에게까지 접근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 코란을 암송하는 무슬림은 '하피즈'(보존자 혹은 암송자)라는 칭호를 이름에 붙일 정도로 존경을 받는다. 이미 걸프 국가들에서는 복역 중 코란을 암송하는 데 성공한 죄수를 감형 조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법에 의거, 살인범의 경우 피해자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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