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강의실 밖에서도 시장경제 역설할 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교수 임기가 끝나도 시장경제를 위한 외로운 아웃사이더 역할은 계속할 겁니다."

'서강학파 1세대'로 강단을 지켜온 김병주(65.경제학.사진) 서강대 교수가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6일 경제칼럼집 '말, 말, 말 그리고 칼'을 펴냈다. 1980년대부터 중앙일보 등 각 신문에 기고한 수백편 중 백미에 해당하는 1백10여편을 골라 묶었다. 정년퇴임을 "애벌레가 자라 나비가 되듯 인생의 한 단계를 맺고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라고 정의한 그에게 이 책은 37년간의 교수 생활을 매듭짓는 커다란 나이테인 셈이다.

金교수는 현장과 강단 모두를 섭렵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일반의 인식과 정부 정책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80년대 초반 전두환 정부의 물가 억제정책을 비판했다가 곤욕을 치를 뻔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엔 경제를 소홀히 하는 정부의 자세를 질타해 눈총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후기 흐트러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화살을 날리던 그는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대중영합주의에서 벗어나라'는 쓴소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엔 전국의 경영.경제 전공 교수 5백여명을 대표해 '경제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는 데도 정부가 일관성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80년대 이후 금융산업발전심의위원장.금융통화위원.금융개혁위원회 부위원장.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은행경영평가위원장.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장 등을 지냈다. 그의 비판이 더욱 무게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 같은 현실 경험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이사협회가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에 학생으로 등록해 화제를 뿌렸다.

그는 "경제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하지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신청한 것"이라며 "기업 재무와 법률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웠고 강단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金교수는 퇴임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며,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비화들을 묶어 책을 낼 예정이다.

한편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겸 정년퇴임 모임에는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라응찬 신한지주회사 회장.이덕훈 우리은행장.정진승 KDI 국제대학원장.김복웅 서강대 경상대학장.이장규 중앙일보 경제대기자.호영진 한국경제신문 전 사장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