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사이버 외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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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성 사이버 외교관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이제 제대로 알게 됐다며 감사 메일을 보내올 때 가장 즐겁고 일의 보람을 느낀다. [사진=곽태형 객원기자]

최종성(78)씨의 인생 1막은 군대였다. 최씨는 17세 때인 1947년 국방경비대에 입대해 전쟁 중이던 51년 소위로 임관됐다. 하지만 강원도 횡성전투에서 중공군에게 붙잡혀 포로 생활을 하다 53년 풀려나 원대 복귀했다. 29년간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75년 중령으로 전역했다. 제대 후 오랫동안 재미없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요즘 비로소 인생 2막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4년째 사이버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소속된 외교 사절단은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99년 이 조직을 처음 만든사람은 당시 대학생이던 박기태(34)씨였다. 그는 외국 친구들과 e-메일을 주고받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에 충격을 받고 인터넷을 통한 한국 알리기에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반크는 지금 회원이 1만 4000여 명이고 공식 '사이버 외교관' 자격자만 1300명이나 되는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밤낮없이 한국을 홍보하고 한국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고치는 데 영일이 없다. 7개국어로 8억 명의 네티즌을 상대한다.

최씨는 2004년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반크에 가입하게 됐다. 현재 최고령 사이버 외교관이다. 그동안 5개국 150명의 네티즌들에게 한국의 역사문화풍속을 소개했다.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렸고 중국 동북공정의 허구성을 파헤쳤다. 인터넷 e-메일을 통해 잘못된 한국 지식이 바로 잡혀질때마다 최씨는 희열을 느낀다.

사이버 외교관이 되고 난 뒤 한국 소개를 좀 더 잘 하려면 영어실력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한 그는 요즘 마산대 평생대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외국어나컴퓨터를 잘하는 젊은이들이 반크 활동에 더 많이 나서주는 게 그의 소원이다.

신종수 객원기자 , 사진=곽태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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