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에 손든 공정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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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시장지배 기업의 가격결정을 규제하는 조항(가격 남용 규제 조항)을 삭제했다. 25일 차관회의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28일 “가격 남용 규제 내용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철회 권고를 검토한 결과 이를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규개위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운 데다 개정안의 입법 절차를 다음달 초까지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품 가격이나 이익률이 해당 업종 또는 유사한 업종의 통상적인 수준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경우 규제에 나서겠다’는 부분이다. 단순히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거나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책정하는 행위도 손을 대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재계는 공정위의 직접적인 가격 규제가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를 훼손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공급 요인에 의존해 가격을 통제하려는 것은 70년대식 물가관리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격 수준을 문제 삼는다면 기업의 창의적 경영 활동과 신기술 개발 의지가 손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 남용 규제 조항은 빠졌으나 ▶채무보증제한 금융기관에 상호저축은행 포함 ▶상호출자에 대한 탈법행위 유형 추가 ▶담합 중 경매·입찰담합 유형 상세화 ▶과징금 부과 한도 기준 개정은 유지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3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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