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案 고비 넘기자 없던 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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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벌써 언제 그랬느냐는 듯 쑥 들어가버린 것이 하나 있다.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국무회의에 특별보고까지 하면서 올 하반기중 올리겠다던 전기요금 인상 방안이다.
당장 전력사정이 급할 때는 발전소건설 재원마련과 절전유도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화급한 문제로 삼더니,어찌 어찌 고비를 넘기고 나더니 역시「물가 때문에 곤란하다」는 예의「물가 타령」이 다시 득세하는 하루 살이 정책 풍토가 문제다.
이에 따라 상공자원부와 한국전력이 하반기중 6~8% 올리려 했던 전기요금 인상계획이 올해를 넘기고 빨라야 내년 초 다른 공공요금과 함께 이뤄질 전망이지만,그것도 그때 가봐야 알 일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다음과 같은 말부터가「철 따라 옷 갈아 입는 정책」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金泰坤 상공자원부 제3차관보는『8월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연말 억제선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마당이라서 전기요금인상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가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金炳日 경제기획원 국민생활국장의 말은 단호하다.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상공자원부로부터 협의가 없었으며 폭염과 가뭄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이상 급등해 물가상승률을 높인상황이라서 하반기에 전기요금을 올리기 어렵다.』 전기요금(주택용)이 소비자 물가 조사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36%로 비교적 낮으나,산업용 전기요금이 제조업체의 상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한국은행의 93년 기업경영분석 자료)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농수축산물 중심으로 소비자 물가가 올랐다하여 전기요금조정을 미루는 것은 산업 경쟁력을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적절한 전기절약을 유도하고 전력 부족현상을 막으려면 올 하반기에 7%,2002년까지 연평균 2.6%씩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지난달 제시했었다.
그러나 더울 때와 찬바람 불 때의 정부 생각이 이처럼 바뀐대서야,과연「할 일은 하는」 정책이란 무엇인지를 다들 생각해 볼필요가 있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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