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항공사고와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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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라는 말처럼 폭넓고 편리하게 쓰이는 말도 드물다.정치문화에 기업문화.군사문화,게다가 음주문화.자동차문화.소비문화.
관람문화 등등 끝에 갖다붙이면 다 근사한 말처럼 들린다.
한 집단이나 사회의 思考및 생활방식을 문화로 부르는한 이같은가지뻗기는 어쩔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네덜란드 국제문화연구소의 인류학자 기에르트 홉스테드박사는 나라별 특성을 구분하는 지표로「문화指數」를 고안해냈다.지수를 구성하는 요소는 남성적 호기,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개인의 권한및책임의식,그리고「영향력 거리」(power dis tance)의네가지다.「영향력 거리」는 지위가 낮고 힘이 약한 사람이 윗사람으로부터 주눅이 들고 거리감을 느끼는 정도다.
항공기업계의 거인 보잉은 국가별 항공기 사고율 연례조사에 이문화지수의 도입을 시도했다.그 결과 네 요소 가운데 개인의 존재,「영향력 거리」는 사고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상사에게 결정을 미루고「영향력 거리」가 먼 나라일수록 사고율이 높아지는 경향이다.
항공기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한해 평균 5백60명이다.이중 파나마.콜롬비아.베네수엘라등 중남미 국가와 韓國.中國.泰國등 아시아국가들이 가장 사고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대부분은 이륙과 착륙시「통제비행권역」에서,73.7%는조종 실수로 일어났다.그러나 사고에는 항상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이「원인 연결고리」는 대형사고의 경우 20가지에 이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기체의 정비.검사 소홀등이 사고 원인으로 많이 지적된데 반해 아시아.중남미에서는 조종기술 미숙.절차등 사람,그와 관련된「문화」가 문제점으로 부각됐다.아프리카의 경우 빈약한 공항 기반시설,취약한 기상정보가 더 다급한 문제로제기됐다.
보잉측은『단정적인 결론은 아니며 더 깊은 연구를 요한다』는 단서를 강조한다.보잉 또한 결함률이 낮고 좀 더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기체와 디자인 개발의 책무를 지고 있다.
『문화가 한 요인이라면 모두 게임의 당사자다.승무원들에게만 돌을 던지지 말라』고 보잉측은 당부한다.얼마전 濟州공항 착륙사고를 유발한 우리의「조종문화」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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