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코미디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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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코미디 프로에는 비상구가 없는가.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저질성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기발한 시추에이션과 재치있는 대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건강한 웃음보다 작위적 상황이나 소란스런 연기,저속한 대사등으로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엎어지고 자빠지는「배삼룡식」바보 연기가 코미디의 주류를이뤄「코미디 폐지론」이라는 극한적 대처방안까지 대두된 적도 있었다. 한때 다양한 시도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던 코미디가 최근 또다시 황당한 말장난이나 폭력등의 가학적 장면 반복으로「억지 웃음 짜내기」의 구태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SBS『기쁜 우리 토요일』에서는「궁뎅이 살아,눈탱이 살아」같은 저속한 대사를 몇번씩 반복하고 초청한 출연자에게도 이같은 대사나 억지 춤을 따라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또 같은 방송의『좋은 친구들』에서는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방송인을 공인이라하고 부인 아버지를 장인이라고 하는데 둘중 누가 높은가』라는 식의 황당무계한 질문을 하고 당황해하는 시민들의 표정을 보며 진행자들끼리 즐거워한다.
최근 기존 영화나 연극.만화영화의 줄거리를 코믹하게 재구성한패러디물이 유행하고 있지만 영화의 선정적이거나 폭력적 장면을 여과없이 재생산하거나 국민학교 아동들이나 즐거워할 유치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MBC『웃으면 복이와요』는 사기도박을 미화하는 장면들이 방송되기도 하고 SBS『열려라 웃음천국』의「틴틴 스머프」코너에서는저울 대신 사람 위에 올라서 몸무게를 재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을곤혹스럽게 했다.
또 KBS『폭소대작전』에서는 술을 마시는 여자의 뒤통수를 내리치거나 여자연기자의 입에 주전자물을 쏟아붓는 눈살을 찌푸리게하는「가학적」장면들이 방송됐다.
한때 번뜩이는 재치로 코미디의 면모를 일신하는 것처럼 보이던개그맨들도 연기보다는 화려한 의상이나 현란한 춤등 감각적인 모습과 의미없는 말장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방송사들이 시청률만을 지나치게 의식,감각적 프로그램 제작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이러한 사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말 저녁시간대에 몰려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본연의 기능인 건전한 오락성과 정서적 만족을 충족시키기에 는 코미디언들의 능력만으로는 역부족일 것 같다.
공허한 웃음 뒤에 남는 씁쓸함의 의미를 제작진들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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