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석달 전 "현수막 퇴출" 선언해 놓고 대형 홍보 현수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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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오전 11시 오세훈 서울 시장은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행정 현수막 없는 서울' 선포식을 열었다. 그는 선포식에서 "행정 현수막을 모두 철거해 깨끗한 거리, 고품격 선진 도시를 건설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서울시는 시청 앞 도로에 설치된 시정 홍보선전탑을 자진 철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0월 23일 시청 본관 정면을 본 사람들은 오 시장의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청 본관 앞부분에 '서울 2010 세계 디자인 수도 선정(사진)'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수막에는 조금 작은 글씨로 '디자인 서울, 시민고객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었다.

서울시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산업디자인단체 총연합회(ICSID)에서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된 것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려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민들도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도시 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없애자고 한 대형 현수막을 시청 앞면에 걸어 약속을 깼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홍보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릴 수 있는데 이런 현수막을 서울시청 앞면에 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현수막을 없애겠다며 대대적인 선포식을 한 때가 언젠데 이제 와서 다시 현수막을 내거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은 "외국인들도 파란 잔디가 덮여 있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즐겨 찾는데 이들이 현수막이 걸려 있는 시청 본관을 보고 서울을 디자인 수도로 생각할 수 있겠느냐"며 혀를 찼다.

글=주정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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