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개혁 3年 시험대에-개혁항의 시위로 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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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印度정부의 경제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16일 뉴델리에서 벌어지면서 3년여를 맞는 경제개혁이 시험대에 올랐다.
「아시아의 마지막 市場」이라 불리면서 개혁의 순풍을 타고 오랜 빈곤을 탈피하려는 인도의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좌익이 주도한 이번 시위는 인플레와 근로자 해고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등에 업고 나라시마 라오 인도총리의 경제개혁 정책에 대한 반대를 드러낸 것으로 이런 개혁 반대운동이 표면화할 경우 앞으로 인도 경제와 개혁은 정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지난 91년6월 라오 인도총리는 집권직후 개방과 자유화를 골자로한 新산업정책을 도입했으나 개혁의 성과에 대한 시비가 계속되었다. 최근들어 안팎에서 「개혁이 미진하니 더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부터 개혁자체에 대한 인도 내부의 거부론까지 강하게 등장해 집권층은 四面楚歌의 입장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 7월 「(빵이)덜 구워진 개혁」이라고 평가절하,개혁을 더 다그치라고 권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개혁 성과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국영기업 민영화의 경우 근로자의 반대에 부닥쳐 거의 포기한 듯한데다 전력등에 지원해온 정부 보조금의 삭감도 손을 못댔다.부실 기업의 자산 매각과 근로자 해고도 노조 반대때문에 시행치 못하 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에 그쳤다.또 투자는 개혁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빈곤퇴치 계획도 축소됐고 인플레는 11%에 달한다. 한마디로 파산을 면하기는 했어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한 것이다.
인도 정부 집권층으로서도 IMF의 권고대로 경제개혁을 밀어붙이기에는 역부족이다.
1년전인 지난해 7월 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야당의 불신임안에직면한 라오 총리가 간신히 자리를 유지했으나 무엇보다 정치 기반이 약하다.경제의 자유화와 개방화에 대해 농민.기업주와 근로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상태에서도 한가닥 희망은 최근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
만모한 싱 인도 재무장관은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이 5%,2~3년간은 6~7%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관세와 國稅가 올 2분기중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도 늘고 있다.
수출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각각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경우 작년 미국에 이어세계 2위의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에따라 라오 총리는 취임후 처음으로 최근 96년 총선때까지활황을 이룰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경제호전을 바탕으로 인도정부는 요즘 경제 개혁의 고삐를 바짝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싱 재무장관은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보다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소비재 수입량 제한을 철폐하며 보험분야를 정비하는등의 경제개혁 방침을 밝혔다.
관세도 3~4년 안에 대폭 인하할 계획이다.
금융도 자유화,인도 중앙은행총재는 지난달 31일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와 금리자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 지방정부의 경우 세입감소로 인해 재정이 파탄지경에 빠져 있는데다 일부 지방정부는 국영기업의 근로자를 해고,불만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개방과 자유화등 경제 개혁에 이해가 걸려있는 농민.근로자.기업등과 개혁에 반대하는 야당을 현 집권세력이 얼마만큼 설득,동의를 얻어내느냐가 인도경제와 개혁의 앞날을 결정지을 것이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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