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 백혈병에 애타는 ‘붕어빵 노점 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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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꺼번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쌍둥이 자매 고소영·소정(사진 오른쪽부터 첫째·둘째)양이 월셋방에서 어머니·동생과 함께 수심에 잠겨있다. [울산=연합뉴스]

“백혈병에 걸린 우리 쌍둥이를 꼭 살려낼 것입니다.”

 붕어빵 노점상을 하며 홀로 세딸을 키워가던 40대 어머니가 쌍둥이 자매의 백혈병 진단이라는 청천벽력을 만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울산시 동구 방어동교회 앞 담벼락에서 2년이 넘도록 붕어빵 장사를 해온 이재순(49·여)씨가 망연자실한 것은 지난 8월20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자매인 고소영(14·명덕여중 1)와 소정양을 데리고 동네산책을 하던 중 이들이 한꺼번에 머리가 아프다면서 갑자기 얼굴이 백짓장으로 변하고 구토를 했다. 곧바로 부근 울산대병원에 데려가보니 모두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유일한 희망은 골수이식이지만 한번에 200만~300만원씩 하는 수술을 몇번이나 해야할지, 그렇게 해도 회복가능성이 6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변의 얘기에 이씨는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2년전 남편과 헤어진 뒤 생계를 위해 홀로 운영해오던 붕어빵 노점을 동생에게 맡고 백방으로 뛰었다.

 막내딸(10·초등 4년)의 골수를 받을 수 있을까 희망을 걸었지만 검사결과 언니들과는 성분이 달라 이식할 수 없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 어쩔 수 없이 통원치료를 하며 검사·수혈을 반복하는 한편 한방처방에 따라 하루 수십만원씩 들어가는 한약과 식이요법, 소금·식초 좌욕 등 갖가지 민간요법을 쓰며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이들의 병구완을 하느라 이미 50만원짜리 다락방 달세 보증금을 빼내 써버렸고, 600여만원의 카드빚까지 쌓였다. 두 딸이 다니는 명덕여중에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짜리 원룸을 구해주고 현대중공업·동구청과 함께 성금과 헌혈증서를 모아줘 다행히 거리에 나앉지는 않고 있다.

 이씨는 “어린 것들이 벌써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수시로 빈혈증세를 보여 언제 쓰러질까 걱정이 돼 두달째 학교도 못보내고 있다”며 “남편과 헤어진 뒤 하루종일 장사에 매달리느라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이런 일이 생긴 것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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