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시위 뒤엔 미국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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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정부가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를 배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홍콩의 일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기금(NED)'이 지난 10년 동안 태국에서 미얀마 승려들에게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교육.훈련비를 지원해 왔다. 지난달 미얀마에서 일어난 민주화 유혈 시위도 이 기금의 지원으로 교육을 받은 민주인사들이 주도했다.

1883년 만들어진 NED는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며, 미 국무부가 직접 운영을 맡고 있다. 지난해 예산은 390만 달러였으며, 국무부는 필요할 경우 직접 추가 기금을 조성하기도 한다.

NED의 자금 지원을 받은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 등 여러 국제 인권 및 민주주의 관련 단체가 그동안 미얀마에서 탈출한 민주인사나 승려들을 상대로 ▶민주화 시위 시 목표설정 방법▶외부세력 침입 시 대처 요령▶민주화 시위 시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효율적 이용 방안 등을 집중 교육해 왔다.

교육은 대부분 태국에서 이뤄졌으며 교관들은 미국과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세르비아 등지에서 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얀마 민주인사들은 8월부터 범국민적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다. 유혈시위 당시 미얀마 군부의 무력진압으로 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NED는 미얀마 민주화 외에 중국의 인권과 티베트 민주화도 지원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기금의 브라이언 조세프 동남아 및 남아시아 담당 국장은 "이번 미얀마 민주화 시위는 성공이라 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 의지를 읽었으며 내부의 힘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NED 관계자들은 "우리는 비정부기구 중 하나이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미 정보기관과의 관련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민주화 인사들은 이 밖에도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로부터도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최근 미국이 국제기금 등 여러 국제조직을 통해 미얀마 내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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