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劍, 한 손엔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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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운동 선수'.

한국 체육계의 화두(話頭)다. 검도계가 앞장섰다. 학업 성적이 극히 부진한 선수는 대회 출전을 금지시켰다. 성공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자신을 얻은 검도계는 이 규정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대한검도회는 지난해 '전교 석차가 90% 안에 들지 않는 중학 선수는 전국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8월 문화관광부장관배에 시범 실시했다.

전국 77개 중학 팀 8백50여명 선수들의 2003년 1학기 석차를 확인, 90% 안에 드는 선수 5명을 채우지 못한 2개 팀의 출전을 막았다. 해당 선수의 학부모가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극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운동선수 이전에 학생을 만들겠다'는 명분이 워낙 설득력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향도 컸다. 서울시체육회와 체육시민연대 등에서는 "정말 큰 일을 했다"며 격려와 찬사를 보내왔다.

검도회는 올해 중학생 대상 5개 전국대회 중 3개 대회로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대상을 고교 선수까지 확대하고, 학업성적 하한선도 단계적으로 높여 2010년에는 전체의 70% 이상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대한검도회 서병윤 전무(8단)는 "운동 선수들이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성적에 집착한 학교와 지도자가 선수들의 공부할 시간을 박탈한 게 문제다. 선진국처럼 스포츠맨이 지.덕.체를 겸비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풍토를 만들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대한체육회도 움직였다. 연초 이연택 회장이 "2005년도부터 최저학업성적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체육회는 '학생 선수들이 학습적.도덕적 수준을 향상시키도록 선수 활동을 일정 수준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선수등록규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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