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 "고액권 지폐 인물 내정돼 있다는데 … " "한은 내부선 선정 끝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정감사 전에 고액권 지폐 인물을 발표하면 시끄러울 것 같아 (발표를) 안 했다는데 사실인가."(대통합민주신당 이목희 의원)

"답변하지 않겠다."(한국은행 이성태 총재)

"특정 인물을 내정한 상태에서 형식적 절차만 밟는 게 아닌가"(신당 이상경 의원)

"고액권 지폐 인물 선정은 한은 내부적으로 끝났지만 정부와 협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이 총재)

19일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고액권 지폐 인물 선정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당초 약속과 달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졸속 선정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고액권 초상 인물은 나라의 상징인데 현실과 맞지 않는 인물을 미리 선정해 놓은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당초 한은은 고액권 지폐 인물을 9월 말이나 10월 초에 확정할 예정이었다. 현재 한은은 유력 인물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상태에서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신당 이미경 의원은 "10만원권과 5만원권의 초상 인물이 김구.신사임당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부는 현실과 안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시 고려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이 의원의 주문에 이 총재는 "알았다"고 짧게 답변했다. 이목희 의원도 "현재 후보군 가운데 논란이 되는 인물도 포함돼 있다"고 우려했다.

의원들은 화폐 도안 자문위원회의 비공개도 따져 물었다. 자문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인물 후보군의 공적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경 의원은 "올 초 한은은 화폐 도안 시 비공개 원칙을 완화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해 놓고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어떻게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목희 의원은 "인터넷 조사 말고 다른 방법으로 국민 여론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 총재는 "국민 여론조사(전국 성인 남녀 1000명)와 학계.사회단체의 전문가(150명) 의견 조사를 했다"며 "그러나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많아 인터넷 조사를 추가로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8월 한은 인터넷 여론수렴에는 4만8000여 명이 참여했다. 당시 한은은 고액권 인물 후보군 10명을 제시했으나 인터넷 조사에선 그 외의 인물인 광개토대왕.단군 등을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에 대해 이상경 의원은 "인터넷 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광개토대왕을 왜 제외했느냐"고 따졌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