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각료망언 왜 거듭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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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아시아 각국을 다시 한번 분노케한 日本 사쿠라이 신(櫻井新)前환경청장관의 발언은 결코 돌출적인 것이 아니라 日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비뚤어진 역사의식의 표출일 뿐이다.
日本은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지도,반성하지도 않았다.일본정부가과거를 반성한다는 표현은 여러번 쓴 일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교적 修辭였을 뿐 일본 지배층은 여전히 과거의 역사인식을 버리지 못해왔고,그런 역사인식을 후세들에게 꾸준히 교육해왔다.따라서 국제적 반발에 못이겨 사쿠라이가 사임하긴 했지만 후지오妄言의 뒤를 오쿠노妄言이 잇고,오쿠노의 뒤를 나가노가 이어왔듯 조만간 또 누군가가 사쿠라이의 뒤를 이을 것이다.
日本의 과거청산과 반성은 獨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獨逸의경우 패전후 東.西獨 가릴 것 없이 철저한 제도적.인적 청산작업이 이루어졌다.그리고 청산작업은 당대나 당사자들에게만 국한된것이 아니라 교과서를 통해 후세들에게도 이루어 졌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전혀 달랐다.일부 집권층만 斷罪를 받았을 뿐 天皇制가 존속됐고,관료사회도 戰前과 거의 마찬가지로 溫存되었다.교과서도 후세들에게 그들의 잘못에 대해 가르치는데 인색했다.그에 따라 비단 極右派만이 아니라 일본 국 민 전체가 일본은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며 태평양전쟁은 승리하지 못한 聖戰이었다는 관념을 은연중 지니게 했다.이러한 日本의 전후사정으로 볼 때 사쿠라이의 발언은 오히려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기대할 수는 없지만 日本이 진정으로 과거를 반성하려 한다면지금부터라도 과감한 제도적 청산작업을 벌여나가야 한다.그럴 수없으면 최소한 후세들에게라도 그릇된 역사인식을 심어주지 말아야한다.과연 日本에 그런 의지가 있을까.
8.15를 맞아 日本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철저하지 못한 과거청산이 국가의 장래에 얼마나 큰 짐이 되는가를 새삼 되새겨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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