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BS.2 인기드라마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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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KBS-2TV 인기드라마 『느낌』은 스토리를 가미한 뮤직비디오 같다.
매회 오토바이 질주,부서지는 파도와 백사장의 은빛 모래,조정경기,제트스키등 감각적 영상이 강렬한 록비트와 함께 브라운관을가득 메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유희의 쾌락이 TV라는 마술상자를 통해 더욱 정교하게 가공되고 증폭돼 超감각적인 「느낌」으로 전달된다. 줄거리 전개 또한 과감한 생략과 절제된 대사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조금 지루할만하면 여지없이 또다른 뮤직비디오가 파고든다.
보다 강하고 충격적인 자극을 계속적으로 생산,대중문화의 최대수요자이면서도 자극적인 것이 아니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1분마다 채널을 돌리는 신세대들을 붙들어두려는 제작진의 계산은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하다.
전체적인 시청률로는 20%를 밑돌아 그다지 높지않지만 신세대들이 주고객인 PC통신 집계에서는 출발이후 계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드라마가 감동보다 감각을 선호하는 청소년들을 붙잡기위해 잦은 「충격요법」을 사용하다보니 삶의 현장성이 결여된채 감각과 자극의 향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있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외환딜러.산업디자이너.패션모델등 한결같이 신세대들이 동경하는 자유.전문직이지만,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진지하지 못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화려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미국에서 받던 연봉의 절반만 받고 귀국,외환거래마다 성공을 거두기도하고 대학을 졸업한뒤 직장을 세번이나 그만두고 시작한 리어카행상의 벌이가 시덥지않아도 즐겁기만 하다.
만화같은 허상은 적당한 리얼리티가 가미돼 자연스런 일상으로 탈바꿈되고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나 환상속으로 탈출하고픈 신세대들은 이같이 조작된 리얼리티에 마취되듯 빠져든다.
『느낌』은 신세대들의 이야기면서도 이들이 복잡한 생각을 싫어하고 느낌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만 주목,기성문화를 거부하는 이들의 고민에 진지하게 접근하 못하고 껍데기뿐인 환상의 세계로 이들을 오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신세대들과 이들중 일부 돈많은 「학습지진아」인 오렌지族을 혼동한것이 기성세대와 나이트클럽.록카페.러브호텔등 상업자본이었던것 처럼.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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