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통일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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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日帝의 압제로부터 벗어난 역사적인기념일이다.그런가 하면 필자의 귀빠진 날이기도 하다.국경일이 生日이다 보니 친지나 친구들이 잊지 않고 축하를 해주고 公休日이라 가족들과 같이 지낼 수 있어 좋다.
필자가 태어난 것은 광복 2년 전.日帝가 말기적 증상을 보이던 시기의 한 여름이어서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해방이 되고 국민학교 1학년 때 6.25전쟁을 맞았다.그때 서울에서 한강을 건너지 못하신 아버지는 그만 공산당에 붙잡혀 北으로 끌려가셨다.그러나 평양 부근 순천까지 끌려가셨던 아버지는 3개월 후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돌아오셨다.
내 나이의 世代라면 1.4후퇴 때 눈보라 속에서 열차 꼭대기에 매달려 남으로 피난하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내게는 그 어려운 중에도 훈훈한 인심을 나누며 살았던 피난시절에 대한 추억이 생생하다.특히 그 많은 피난민들을 받아들였던慶尙道 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은 잊을 수 없다.
아버지는 개성 출신이시고 필자는 서울 태생이다.개성사람이나 서울 사람이나 계산 하나는 빈틈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언젠가 아버지와 앉아 피난시절을 회상하면서 이런 얘기를 나눴다.『그때사람들이 개성이나 서울로 피난을 왔다면 우리가 어떻게 맞아들였을까』 광복은 되었지만 남과 북은 반세기 동안 철천지원수처럼 지내왔다.내년이면 광복 50주년이자 분단된지 50년이 된다.우리는 언제쯤 통일을 맞게 될까.
어떤 이는 통일이란『생활이 어려운 동생 가족을 데려다 함께 사는 것』이라고 비유하면서,통일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 거라며 벌써부터 걱정들을 많이 한다.
서독 같은 富國도 아닌 우리로서는 통일이야말로 큰 부담이 될것이 틀림없다 .
그러나 통일은 숙명이며 宿願이다.진짜 중요한 통일 준비는 돈마련보다 그 어려웠던 피난 시절 우리가 서로 나누었던 훈훈한 인심의 회복이 아닐런지….
〈쌍용그룹 종합조정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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