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해빙시대>1.남북한.미 삼각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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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北韓과 美國이 3단계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외에 정치.경제관계를 정상화하고,서로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다.
남북한이 실질적으로 주변 4강과 관계를 정상화 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외교적으로 대결하는 시대는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마무리되는듯 했다.한국은 북한의 후원세력인 中國.러시아와도 일방적으로 수교한 반면 북한은 핵문제로 국제적 고립과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외교대표부를 설치할 경우 그 영향은 즉시 서방 각국으로 번질 것이 뻔하다.
일본은 「닉슨 쇼크」를 들먹이며 對北접근에 가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제까지 조건으로 내걸어 온 미사일.테러.인권문제등을모두 무시하고 갑자기 외교관계를 갖기로 한 것은 對한반도정책에급격한 전환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와 주변 정세변화의 기본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실상 이제까지 북한을 다른 사회주의 국가처럼 압박외교로 개방시키려던 것을 포기했다.거의 반세기동안 북한을 받쳐온金日成이 죽음으로써 북한 권력체제는 매우 불안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은 金正日후계체제를 단명으로 끝나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그럴 경우 대체세력은 군부일 수밖에 없으며,한반도는 무력충돌의 위험을 안게된다는 것이 미국정부의 판단이다.핵문제 해결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金正日을 지원하고,끌어안아 反美성향을 親美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협상과 대화가 가능한 상대로는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런 정책기조는 앞으로 계속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으로 韓美관계는 당분간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를 더욱 조장하게 될 것으로 보여 남북한은 새로운외교적 대결의 場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美國은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풀어준 공로를 내세워 남북한에 대해 모두 영향력을 발휘하려 할 것이다.이런 관계는 미군의 한국 주둔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완화하게 될 것이 분명하고,따라서 남북체제의 공존상태가 미국의 보장아래 더 연장될 수밖에 없다.
北-美 합의문상의 「연락사무소」를 북한은 「외교대표부」로 표현하고 있어 성격이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합의문이 「정치.경제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만들고,「외교」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무역대표부」나 「연락대표부」보다는 격이 높아질 것 같다.
더군다나 미국이 한국과는 수교 자체를 양해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락대표부」 단계를 거친 美-中수교 과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韓國정부는 金日成 사망후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고,광복절에 밝힐 종합통일정책도 이같은 기조를 담을 예정이다.
이같은 입장은 北-美합의로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우선 미국은 북한에 대한 무역.투자장벽을 완화하기로 해 적성국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기업들도 對北투자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한국은 미국의 주도로 서방국들이 北韓과 정치.경제적인관계를 개선하려 할 때 강경책으로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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