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두 아들 둔 일본인 쇼지씨 감동의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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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뇌성마비 자녀를 둔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부터 희망을 갖고 사는 것입니다.비관스럽고 심리적 갈등도 크겠지만 앞을 보고 자녀와 함께 꿋꿋하게 살아간다면 그 속에서 나름의 행복과 가치,그리고 보람을 찾을 수 있지요.』 팔다리가 마미돼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린채 힘겨워하면서 말 한마디를 겨우 건네는 뇌성마비 자녀를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뇌성마비아의 부모들 가운데 자녀가 단 한시간만이라도 맘껏 뛰놀고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볼수 있다면 자신이 대신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도 좋다는 절망적인 생각을 한번쯤 안해본 부모는 얼마나 될까.
10일 오전 서울 상계동 뇌성마비종합복지관 3층 강당.중증 뇌성마비장애인의 아버지이면서 특수교육가로 평생을 살아온 일본인쇼지 사부로(地三郎.90)박사의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체험담을듣는 70여명의 장애아 어머니들의 가슴에는 잔 잔한 감동과 희망이 와닿고 있었다.
『뇌성마비자녀를 가진 부모의 태도는 동반자살형,아이를 버리는형,家寶型등 세가지 유형이 있어요.가장 바람직한 것은 부모.형제 모두가 장애아를 집안의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고 지속적인 애정으로 보살펴 주는 것입니다.』 3남매중 두 아들이 뇌성마비인쇼지박사는 현재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식들의 덕택으로 돌린다.국민학교 교사였던 그였지만 아들들의 취학연기.
퇴학등을 겪으면서 직접 특수교육학을 연구,의학.문학(심리학).
철학등 3개분야 박사학위를 가진 후쿠오카교육대학의 교수가 됐다. 또 물려받은 전재산을 털어 일본에서는 유명한 후쿠오카市의 특수학교 시이노미학원을 설립,현재까지 40년간 운영하고 있다.
『제가 운영하는 학원을 거쳐간 88명의 중증 뇌성마비 아동 가운데 3명이 대학을 졸업해 은행원.물리치료사.사회복지 사업가등으로 일하고 있고 7명은 결혼해 정상적인 자녀를 낳아 잘 기르고 있습니다.』 그는 또 운동요법등 각종 치료요법이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했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란 희망을 가져야 하며 이에 앞서 과학.의학에는 한계가 있지만 부모의 애정에는 한계가 없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만둘지언정 장애인의 어버이는 그만두지 맙시다.인생이란 결국 자기자신과의 싸움입니다.희망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올해 나이가 90세,자그마치 반백년 이상의 세월을 뇌성마비 자녀를 위해 살아온 쇼지박사가 한국 장애인 부모에게 남긴 메시지다.
〈金南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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