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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승무원 위기극복 合心-KAL기사고 전원무사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1백60명의「生과 死」를 가른 기적과도 같은 운명의 1백20초. 불타는 대한항공 KE2033편 에어버스에서 1백52명의 승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지 불과 2분후 비행기는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절대절명의 순간,임무수칙에 충실했던 승무원들의 완벽에 가까운직업의식과 승객들의 질서의식이 맞아떨어져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대형참사를 면했다.서울을 떠난지 정확히 30분후인 오전11시10분,비행기는 제주공항 상공을 한바퀴 선회하 기 시작했다.
제주공항은 13호 태풍「더그」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었다.10여분후 캐나다人 배리 E 우즈기장(52)은 착륙준비에 들어갔다. 뒷바퀴가 활주로 지면에 닿으려는 순간 예상치 못했던 돌풍이동체를 밀어올렸다.
무사히 착지하는가 싶은 순간 측면에서 순간 최대풍속 초속30m돌풍이 비행기를 밀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승객들은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비행기는 한쪽이 들려 기운채 곧바로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3백m쯤 벗어났고,지면과의 마찰로 뒷날개 부근에서 한차례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언제 안전벨트를 풀었는지 동체중앙 앞날개 좌우쪽에 있는 비상구를 향해 몰려들었고,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항공기가 정상착륙하지 못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승객들에게 침착하게 대처하라는 안내방송을 하려고 했습니 다.그러나 이미 전원이 끊겨 방송이 되지 않았어요.고함을 쳤지요.「승객여러분,침착하십시오」라구요.소리를 지르며 승객들을 헤치고 비상구쪽으로 다가갔어요.』스튜어디스 白恩庚씨(31)의 증언.
이 순간 비행기 조종석쪽에 있던 金濟中사무장은 착륙사고를 직감하고 승객들이 몰리는 중앙비상구쪽을 향해 돌진했다.
아비규환의 소란속에서 金사무장은 『침착하십시오』라고 소리를 지르며 비상구를 밀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창밖을 내다본 金사무장은 왼쪽날개에 이미 불이 붙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金사무장은 앞쪽을 향해 달려가 맨 앞쪽에 있는 왼쪽 첫번째 비상구 핸들을 꺾었다.그리고 곧바로 슬라이드(비상탈출용 에어백)레버를 당겼다.
『정상착륙이 안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여승무원이 안내방송을 하려는 모습이 보였지요.그러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그순간 산소마스크가 우두둑 하면서 위에서 떨어져내렸고 승객들이 앞쪽으로 몰리기 시작했어요.그러나 승무원들 이 모두 「침착하라」는 고함을 쳐대기 시작했고,곧이어 문이 열렸습니다.』승객 金헌수씨(49.서울서초동)의 증언.승객들이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쪽입니다.침착하게 차례를 지켜야 빨리 나가실 수 있습니다.』 승무원들은 마치 뒷말 이어가기를 하듯 소리쳤다.당황하던 승객들은 어느샌가「질서,질서」를 외치기 시작했고 차례로 좁은 통로에 줄을 섰다.
1백52명의 승객들이 슬라이드를 통해 비가 쏟아지는 동체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여.
이때 시간이 11시30분.
金사무장은 연기가 차오르는 비행기 내부를 한바퀴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슬라이드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정확히 2분후 왼쪽 날개 부분에서 한차례 커다란 폭발이 있었고,동체는 불덩어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濟州=金亨煥.高昌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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