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방송구조 어떻게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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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대도시 지역民放의 운영주체가 최종선정됨에 따라 기존의 汝矣島중심 중앙집중방송체제는 본격적인 지역방송 시대로의 전환을 맞게됐다. 내년 자치단체장선거등 지방화 흐름에 맞춰 방송도 지방자치와 분권화의 시대에 돌입케 된 셈이다.
내년 4월 시범방송에 돌입할 지역민방의 출범은 역시 내년 시작되는 CATV및 위성방송 발사 시점과 맞물려 방송선진국형인「多매체 多채널시대」로 진입하는 방송사의 의미있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吳隣煥공보처장관은『다양한 지역행정.산업.문화정보를 얻을채널선택의 기회가 늘어나고 새로운 광고수요가 투자와 고용을 창출,지방산업발전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 기대된다』며 지역민방의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미완으로 남아있던 공중파의 지역방송부분을 마무리함으로써 공중파.CATV.위성등 거미줄같은 3박자 미디어정책의 본격적 청사진이 가능케 된다』(劉世俊 공보처기획관리실장)고 전망하고 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지역민방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기존 지방방송사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해 보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선택할 전기』(郭진희 방송위원회정책연구원)라는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
지역민방의 앞날에는 그러나 이같은 장미빛 전망과 함께 많은 우려할 측면이 엇갈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우선 4대 독립방송사가 새로 생겨남에 따라 프로그램의 공급및확보문제가 급박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속도로를 깔았으나 달릴 차량이 없다』는 비유마저 등장하고 있는 상황.
정부마저도『지역민방 초기에는 방송의 질저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李敬在 공보처차관)며 우려를 부인치 않고 있다.
신설민방은 자체제작프로그램을 15%이상 편성토록 의무화되어 있고 지난달 청문회에서 참여 법인들은 30~40%까지 자체제작하겠다고 의욕을 과시했으나 대부분의 방송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축적된 노하우와 자본이 투입되어야「제물건」이 나오는 드라마.
뉴스등을 지역민방이 짧은 시일내에 제작하기는「역부족」일뿐더러 수지타산면에서도 외주제작.프로그램 구입쪽을 선호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현재 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준의 독립프로덕션이 10여개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지역민방 프로그램은 대부분 SBS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방송학계에서는『이경우 원래취지인 지방문화육성과 달리 SBS의 地方 네트워크화로서울문화의 역류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康賢斗 서울대교수)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각 지역의 독립사로 되어있는 지역민방이 지역뉴스의 보도에 있어「전국적 시각의 공익성」을 유지할지도 의문이다.폐기물처리장.
국책산업지방유치등 현안에서 상업방송인 지역민방이 시청자에 영합할 경우「지역이기주의」의 골이 깊어질 수 있는 셈 이다.
특히 대규모 공사의 수주에「社運」을 걸고 있는 건설업체 지배주주등이 전파의 주체로서「일관된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여부도 정부와 시청자의「감시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민방의 출범을 맞는 기존 방송3사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운신의 폭이 가장 넓어진 SBS는『95년 제2의 창사각오』(尹赫基사장)를 외칠 만큼 신설민방과의 제휴로「전국망형성」에 큰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尹사장은『특히 SBS의 취약지대였던 지방뉴스에서 지역민방과의협력을 기대한다』며 이들과의 협력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곧 편성.운영파트에 제휴전문인력을 증원하는 한편 對지역민방업무를 포괄할 전담기구를 구성,사세신장의 전기로 삼을 방침.
SBS는 이와 함께『수도권시청자대상의 제작방향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한 소재의 발굴등 전방위 제작체제를 갖추는 한편 SBS프로덕션의 영상물제작을 활성화 한다』(宋祐天 기획실장)는 계획이다. 반면 MBC는 SBS의 사실상 전국 네트워크화가 점쳐짐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지역민방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MBC측은『방송3사의 전국을 대상으로 한 경쟁이 치열해져 초반소모전.상대적비용상승.인력스카우트잡음 등이 예상된다』(李年憲 기획조정理事)며 지방사의 유휴인력감축.경영쇄신.경쟁력제고에 대응의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지역민방의 미래는 결국 지역특성을 살린 질높은 프로그램 개발,기존 방송사와의「건전한 質경쟁풍토」확보로 상업방송 고유의 특성을 살려가는 한편 전파주체로서의 공익성과 도덕성을 어떻게 조화시켜 가느냐에 그 성패가 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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