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벼랑으로 몰린 우승후보 1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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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2국
[제1보 (1~23)]
白.胡耀宇 7단 黑.趙治勳 9단

어제는 조치훈의 승리. 준결승전 3번기의 첫판을 이긴 뒤 趙9단은 영남대 앞 허름한 돼지갈비 집에서 소주 한병을 마셨다. 그리고 오늘, 다시 누구보다 먼저 대국장에 나타나 조용히 빈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다.

언제나 그림자처럼 조용한 후야오위7단. 4강이 결정되었을 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대륙의 떠오르는 별 후야오위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 내일은 없다.

국면은 예상과 달리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 어제는 초반부터 쌍방이 대장고를 거듭하는 바람에 70수 언저리에서 모두 초읽기에 들어갔다. 17로 실리를 챙기려고 했을 때가 고비다. 이 경우 '참고도' 백1로 다가서는 수가 첫눈에 떠오른다. 흑2로 받으면 그때 3으로 지켜둔다. 급전을 마다하지 않는 한국기사들은 대개 이렇게 둔다.

후야오위는 그러나 18로 꾹 참아버렸다.둔도(鈍刀)라는 별명답게 19의 이상형을 허용하며 묵묵히 참은 것이다. 이 한수가 놓이면서 때이르게 흑의 실리가 부각되고 있다. 그만큼 19는 좋은 곳이다. 실리파들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 한수이기도 하다. 하나 후야오위의 바둑관은 뚜렷하다.

그는 엷음을 혐오하고 두터움을 존중한다. 16,18은 두텁지만 집은 없다. 매우 느리다. 하지만 그 느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20에 21의 수비. 22에도 23으로 수비. 백의 두터움을 의식하여 조치훈은 철저히 싸움을 피해 물러선다. 두터움이란 바로 이렇게 소문없이 상대를 제압하는 효과가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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