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탈출>이심전심은 이젠 옛말 자기생각 명백히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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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매주 토요일 연재될 이 난은 연세대의대 李弘植교수(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과장)가 맡아 도시인의 스트레스 탈출요령을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해줄 것입니다.李교수는 연세대의대를 나와 美UCLA의대 객원교수등을 거쳤으며 최근『스트레스 프 리웨어』라는저서를 펴낸 바 있습니다.
〈편집자註〉 샐러리맨 A씨는 어젯밤 아내와 이혼 얘기가 나올정도로 격렬한 부부싸움을 벌였다.이유는 아주 단순했다.A씨가 일찍 들어와 부부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던 약속을 아무 연락없이 깼기 때문.A씨는 평소처럼 가벼운 사과 한두마디면 무난 히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현관에 들어설 때부터 찬바람이 돌던 마누라는 연애시절부터 결혼생활 10여년의 모든 과오를 들춰내더니 급기야 『당신같은 사람과는 도저히 살 수 없어요.우리 이혼해요』라고 접시가 깨지는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을 뿐인 A씨에게 부인이 이처럼 돌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왜일까.이는 정신과 의사인 필자가 보기엔A씨가 이심전심의 허구를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내 맘을 네가 알고,네 맘을 내가 알고」식의 이심전심은 동양적 사고방식으론 미덕일지 모르지만 스트레스 측면에서 본다면 아주 좋지 않다.
A씨의 경우만 보더라도 퇴근 전에 전화를 하고 늦는 이유를 명확히 전달했다면 부인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부인 처지에선 남편이 아무 설명없이 늦는 경우가 누적되면서 자기를 무시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것이 스트레 스로 쌓이면서 결국 폭발해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가까운 사람끼리 자기 의견을 확실히 말하지 않고 이심전심에 맡겨버리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특히 신혼부부같이 서로에대한 기대가 큰 사람들이 사랑 하나만 믿고 상대방의 마음을 다안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쉽게 말해 스트레스 속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스트레스 탈출 요령 제1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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