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불교계 시골 빈민학생 몰려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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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음과 몸을 닦는 신성한 도량인가,아니면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일시적인 장소인가」-.
태국 불교계가 밀려드는 시골 빈민출신 학생들로 고민에 빠져 있다.국민학교 졸업이후 넉넉하지 못한 가정사정 때문에 상급학교진학이 막힌 학생들이 불교 寺院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의무교육 기간은 국교 6년.그이후부터는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를 상급학교에 보낼 정도의여유가 없고 특히 시골로 갈수록 사정은 더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불교 사원.좀더 나은 생활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 부모품을 떠나 속속 법복으로 갈아입고 있다.그나마 여성에겐 사원의 문도 굳게 닫혀 있어 여자아이들은 더 이상의 교육을 받 을 기회조차없다. 현재 절에 들어가 공부하는 학생수는 태국 전역에 약 8만5천여명.의식주는 물론 수업료도 모두 무료다.또 수련과정을 잘만 이수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반면 학생들은 10가지의 엄격한 계율을 지켜야 한다.정오 후에는 일절 식사가 금지되며 잠도 침대위에서 자면 안된다.삭발은기본이고 눈썹도 깎아야하며 매일 독경과 명상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음악을 듣거나 TV를 볼 수 없으며 1 0대들이 흔히즐기는 각종 오락도 허용되지 않는다.
12세에 입문한 한 학생은『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며『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아쉬운 점도 많다』고 심정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불교지도자들은 이같은 세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승려지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단지돈 안들이고 교육 받을수 있다는 점에 끌려 사원을 찾는다고 해석한다.마음과 정신을 갈고 닦는다는 본래 목적 에서 벗어나 오직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들어왔으므로 수도생활의 기본인 계율을원칙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이로 인해일부에서는 교단 질서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있다. 저명한 승려학자인 파이우토는『승려양성이 소외된 사람들의교육 통로로 변질됐다』며『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일을 사원으로 떠넘긴 꼴』이라고 비판했다.고위성직자들도 교육에 대한 부담으로일반 종교업무가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 다.
불교계의 또다른 고충은 재정난.정부보조금이 젊은 승려들을 가르치는데 드는 비용의 20%에 그쳐 사원운영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종교당국에선 더 많은 예산을 따내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방향이 서지 않은 상태다.다른 학 교들처럼 과학실험 도구나 기타 학습교재도 거의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넘치는 학생들로 비좁은 校舍를 늘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실험실습 거의 不可能 그러나 대부분의 어린 승려들은미래를 기대하며 학습과 수도에 정진하고 있다.
특히 현재 총리인 추안 리크파이의 경우를 모범으로 삼고 있다.추안 총리가 생선장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6년동안 방콕의 절에서 공부하면서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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