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작가 이문열 인간에 대한 억압 최소화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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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문열문학을 실존주의적 휴머니즘으로 보는 새로운 평론집이 나왔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10대와 20대 초반에 사르트르와 카뮈를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그러나 작품 활동을 하면서는 실존주의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다만 인간존재가 투척된 상황에 대해서는 집요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할수 있다.』 -「인간존재가 투척된 상황」이라는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가.
『정치제도나 경제적 계층과 같은 물적인 조건을 배제하진 않지만 내 작품에서 다루는 상황은 좀더 포괄적인 것이다.한마디로 말하면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장치들이라고 추상화할수 있을 것이다.예컨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신이란 개념과 종 교도 제도화되면 억압으로 작용할수가 있다.이데올로기도 정치적 억압을 표방하지만 그 자체가 또 다른 억압이 될수 있다.또 결혼제도나 한시대의 지적 유행과 같은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억압적인 측면이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그 억압을 대하는 당신의 방식은 어떤 것인가.
『억압장치 중에는 개인이 선택한 것도 있다.예컨대 결혼과 같은 것이다.억압적인 면도 있지만 그만한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에선택한다고 본다.따라서 내가 억압에 대항하는 방식은 제도든 이념이든 그것이 지니는 억압적 측면을 보여줌으로써 억압적인 기능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80년대에 민중진영으로부터의 비판이 만만치 않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그 비판은 독재라는 구체적이고 거대한 억압이 있었는데거기에 직접 대항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80년대의 사회운동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그러나 내가 지향했던 것은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이념이 표방하는 것들에 대 한 옳고그름이 아니다.내작품속에서 그 판단은 언제나 보류돼 왔다.80년대 사회운동에 대해서도 내가 비판한 것은 그 방식이었다.내가작가가 아니고 사회운동가였다면 더 큰 억압을 깨기 위해 작은 억압을 눈감는 논리적 귀결로 달려가야 했을 것이다.그러나 나는소설이 사회적 비전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이념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데까지 나아가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올2학기부터 세종대교수로 강단에 서게 되는데 일부에서는 창작 에너지가 소진돼서 재충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한다.앞으로 작품활동은 어떻게 할 작정인가.
『늘 두군데씩 연재를 계속해왔는데 그 시간을 강단에 투자하는것이지 창작활동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많은 작가들이 강단에 서면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 징크스를 한번 깨봐야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강의를 맡게 된 것이 나이로 보아 학문적으로 긴장하고 정신을 단련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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