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땐 두려움 탓 생리변화 단전호흡 등으로 감출 수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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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06면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거짓말탐지기. 목소리 변화 등으로 거짓말 여부를 판별해낸다.신동연 기자

수사단계에서는 물적 증거보다 범죄자의 자백과 목격자 진술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 종결을 위해선 사람의 말로 구성된 증거, 즉 구술(口述)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짓말탐지기의 원리와 절차

과학수사의 성패는 이처럼 물적 증거뿐만 아니라 구술 증거 확보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좌우된다. 구술 증거를 분석하는 대표적인 기구가 거짓말탐지기다. 호흡 패턴과 땀 분비의 양, 맥박, 혈압 등 여러 개의 생리학적 변화가 측정되면서 다수의 그래프로 나타난다.

거짓말 판독의 기준은 어떤 종류의 질문에 얼마만큼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가다. 즉, 일정한 종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다른 종류의 질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생리적 반응을 나타내면 거짓말로 판단한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면 발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감신경계가 작동하고 일정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다.

검사 절차는 보통 사전면담, 실제검사, 차트 분석, 사후면담 순으로 진행된다. 사전면담에서는 우선 피검사자와의 신뢰가 이루어져야 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질환이 있는 사람은 검사를 할 수 없다. 전날 수면을 취하지 않았거나 과음한 사람도 부적격자이다.

실제검사는 몇 가지 질문 종류를 혼용하여 3회에 걸쳐 실시한다. 5분씩 15분 정도 소요된다. 사후면담에서는 차트 분석에서 나타난 결과를 피검사자에게 알려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사건 초기에 신고자·피의자·목격자·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숨겨진 증거를 찾고 추가적인 수사단서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일정한 한계도 있다. 피검사자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사실까지 탐지하지는 못한다. 실제로는 노란색 모자를 쓴 사람이었지만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성폭행을 했다고 잘못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진실반응으로 나온다.

‘나 같으면 그깟 거짓말탐지기 정도는 통과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어떻게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유료 웹사이트도 있다. 보통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신발 안에 압정을 미리 넣고, 답변할 때 눌러서 그 통증으로 정상적 생리반응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한 성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을 상상하거나 비정상적인 호흡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에서는 주문을 마음속으로 외우는 장면도 종종 나타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그래프가 특이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검사관이 검사를 중지하고 왜곡행위를 못하게 한다.

필자도 얼마 전 왜곡행위를 시도하는 사람을 검사한 적이 있었다. 호흡 패턴과 땀샘 분비가 극히 비정상적이었다. 검사를 중단하고 “속일 것이 없다면 왜곡행위를 하지 마라”고 권고했다. 다시 검사를 시작했지만 또다시 비정상적인 모습이었다.

계속 거짓말탐지기와 대결을 벌이는 것이었다. 몇 번의 권고 끝에 그는 결국 실토했다. 사실 자신의 직업은 단전호흡 수련원의 원장이고 ‘기를 돌리는’ 방법으로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하고 싶었다고. 결국 다시 정상적인 상태에서 검사를 재개한 후 진술의 허위 여부 판독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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