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에 가면 사슴도 있고, 황새도 있고, 반달곰도 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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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내 손은 먹지 마.”
현준(6)이가 조심스럽게 당근을 내밀자, 멀리 있던 사슴 두 마리가 잽싸게 달려와 머리를 들이민다. 현준이는 마지막 남은 당근 하나를 토막 내 반반씩 나눠준다.
“간질간질해요. 사료를 다 먹으면 제 손까지 핥아 먹어요. 참 신기해요.”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사료를 또 받기 위해 줄을 선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지금 특별한 행사가 진행 중이다. 캥거루와 사슴에게 먹이를 주는 ‘페팅코스’가 바로 그것. 사육장 안으로 작은 산책로를 조성해두고 길을 따라 걸으면서 사슴과 캥거루에게 먹이를 직접 줄 수 있도록 한 행사다. 먹이는 입장하기 전에 관리자로부터 미리 배분받는다. 성인에게는 손에 가득 쥘 만큼의 사료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당근을 준다. 동물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것과는 달리,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먹이를 주고 스킨십을 즐길 수 있어서 인기가 좋다. 워낙 순한 동물들이라서 털을 쓰다듬거나 손을 핥는 일이 많아서 동물과의 교감을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슴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먹이를 주려는 아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진다. 여기저기서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터진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집에서도 일부러 TV를 통해 동물 프로그램을 많이 보여주거든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시츄 말고, 아이가 동물을 만져보는 건 지금이 처음이거든요.” 아들 현준이가 몇 번이고 사슴 쪽으로 손을 내밀자 엄마도 바빠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 사슴 먹이주기 행사 일정 : 10월말까지
■ 시간 : 14:00~14:30 / 15:30~16:00
■ 페팅코스를 100% 즐기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먹이를 한꺼번에 주지 말아야 한다. 천천히 걸아가면서 조금씩 여러 마리의 사슴들과 먹이를 주며 교감해보자.

공손한 ‘아리’와 불량소녀 ‘쓰리’의 인사법

서울대공원의 또 다른 인기스타는 북한에서 온 반달가슴곰 ‘아리’와 ‘쓰리’다. 천연기념물 329호인 이들 자매가 관람객의 인기를 모으게 된 것은 신통한 재주가 있는 ‘아리’ 때문이다. 담당직원이 먹이를 주면 아리가 인사를 한다는 것. 이후 인사를 할 때마다 칭찬과 함께 맛있는 먹이를 제공하자 ‘아리’의 인사는 더욱 공손해졌다. 처음에는 고개만 까딱했는데 이제는 두 손을 다소곳이 배꼽 위에 놓고 높이 뛰며 고개를 숙이기까지 한다.
‘쓰리’도 인사를 하기는 하는데 ‘아리’와는 조금 다르다. 한손은 뒷짐을 지고 또 다른 한 손은 배 앞에 대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마치 ‘조직의 불량스런 인사법’과 비슷해서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관람객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요리조리 움직이면서도 인사하기를 빼먹지 않는 ‘아리’와 ‘쓰리’.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친구다.

Tip 서울대공원 동물나라 가을꽃축제(10월 6일 ~ 11월 4일)
단풍낙엽을 찾아 꼭 먼 길을 떠날 필요가 없다. 가족끼리 함께 걷는 동물원 낙엽 길은 어떤가?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 가을의 운치는 깊어가고, 장난꾸러기 동물 구경에 아이들은 신나고.
마침 서울대공원에서는 가을맞이 특별행사가 진행 중이다. ‘동물나라 가을꽃 축제’에 참가하면 동물 만화를 직접 그려보고 국화 향기에 흠뻑 빠질 수 있다. 다음 달 11월 4일에는 가족단위로 낙엽을 밟으며 동물원을 걷는 ‘단풍낙엽 길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참가자는 행사 당일까지 선착순으로 2천명을 대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한다.

장치선 객원기자 charity19@joins.com
사진과 자료_ 유종태(서울대공원 동물연구사 http://blog.naver.com/taecongs), 서울대공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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