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61.거기 그녀가 서있는걸 보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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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실종 ○16 써니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어떤 소식도 없었다.소문은 있다고 했다.써니네 학교에서는 써니가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기 위해서 가출했다는 이야기가 밑도 끝도 없이 나돌고 있다고 양아가 그랬다.그 남자친구는 재벌 아들인 대학생인데,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설악산 쪽의 어느 호숫가별장에 숨어 있다는 거였다.
하여간 써니가 사라지고 나서 닷새째 되는 금요일이었다.학교를나와 악동들과 함께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걷는데 누군가가 찻길에서 빵빵 경적을 울렸다.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게 손짓을 해보였다.내가 다가가자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르지만 내가 태워다주마.』 나는 남자의 스포츠머리를 보고 잠깐만에 기억해냈는데,써니엄마와 마포서에갔을 때 만났던 마형사였다.
『잠깐만요….』 나는 악동들 쪽으로 다가가서 먼저 「날개」로가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써니네 계집애들과 만나기로 약속해둔거였다.누구야…거 인상 아주 드러운데…어쩌구 하는 악동들에게 나는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만 그랬다.
『나중에 말해줄게.걱정할 필요는 없다구.』 내가 차에 올라타자 마 형사는 차를 몰고 연세대학교 후문 쪽으로 가다가 비교적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웠다.
『선희 어머니에게 연락을 드렸지만 당장은 연결이 안되고…그래서 달수 너한테 온 거야.또…너한테 몇가지 물어볼 말도 있구 말이야.』 『저한테요…? 그게 뭐죠?』 나는 마형사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게 이상했다.경찰서에서 봤을 때에는 내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선희와 같이 있었다지.선희가 사라지기 전날 밤에,늦게까지 말이야.너흰 깊은 관계였던 것같아,맞지?』 『써니엄마가 그러던가요…?』 『그래.너희가 침대 속에서 같이 누워 있었다구 그랬어.』 마형사는 딱딱 부러지는 말투로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죠.그땐 집에 아무도 없었는데….』 『너희가그날 처음으로 관계를 가졌다는 것두 알더라구.엄마들은 다 알 수가 있는 모양이야.』 나는 어쩐지 켕겨서 죄인처럼 고개를 푹숙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마형사를 보면서 말했다.
『써니엄만…저를 의심하고 있나 보죠.』 『그렇진 않아.그래도달수 니가 무언가 더 알고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구 그러더군.무언가 말해줄만한 게 있다면 숨기진 마.』 『아뇨.저하고 헤어질 때까지 써니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저도 굉장히 걱정이 된다구요.그래서 병원이란 병원을 다 뒤지며 돌아다닌 거구요.』 마형사는 말하는 나를 뚫어지라고 쏘아보고 있었다.그러다가 결론처럼 말했다.
『오늘 낮에 남한강 쪽에서 여고생으로 보이는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거야.누군가 가서 확인을 해보면 좋겠는데 말이야.내일이면국과수로 넘어가서 부검을 한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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