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국교수의LOVETOOTH] 아이가 이빨 큰 건 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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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이면 영구치인 아래 앞니가 먼저 나오고, 1년 정도 지나면 위쪽 앞니가 머리를 내민다. 이즈음 많은 엄마들이 당혹해 하는 일이 생긴다. 자그맣고 귀여운 우리 아이 얼굴에 비해 치아가 너무 커 앞니가 대문짝만 하고, 거기다 틈까지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선 아래쪽 두 번째 앞니는 안쪽으로 치우쳐 나오는 일도 다반사다.

 어머니들의 궁금증도 커진다. 아이가 성장하면 치아도 같이 자라니까 더 흉해지기 전에 빨리 교정치료를 받아야 할까. 또는 젖니 다음에 나오는 영구치는 다 자란 상태로 나는 걸까, 아니면 나와서 더 크게 자라는 걸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아의 크기는 치아의 ‘폭(width)’을 의미한다. 치아가 나오면서 길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치아의 ‘길이’는 성장기에서 치아가 잇몸 바깥으로 점점 나오는 치아의 움직임(맹출)이다. 치아 자체가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

 치아의 크기는 유전적으로 결정되고, 이 때문에 개인차가 크다. 남녀 간 성별에 따른 크기의 차는 없지만 송곳니만은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크다. 치아의 크기는 성장과 더불어 더 커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사용하면서 마모되기 때문에 약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아이의 치아가 처음 나올 때 약간 커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성장에 의해 아이의 얼굴이 커지면서 점차 치아의 크기와 서로 조화를 이룬다. 아이의 대문니가 너무 크다고 걱정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대문니가 나오면서 점점 틈이 벌어진다면 조금은 관심을 갖고 치과의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우선 잇몸 속에서 앞니 옆 뿌리 부분을 따라 서서히 내려오는 송곳니의 압박에 의해 대문니 사이의 틈새가 벌어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때는 송곳니가 일단 나오고 앞니들 옆에 자리 잡으면 벌어진 앞니들이 밀리면서 틈새는 자연히 줄어든다. 따라서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 부정교합에 불과하다.

 그러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윗입술 가운데 부분과 잇몸을 연결하는 힘줄(순측소대)이 두껍거나 원래 치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턱뼈의 크기가 과도하게 큰 경우다. 이때엔 틈새가 저절로 좁혀지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인 치과 방문이 필요하다.

경희대치대 박영국 교수(교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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