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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정진국씨 이미지와 디자인을...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국내 현대미술의 현장을 냉소적이며 차가운 시선으로 비평해온 미술평론가 鄭鎭國씨(40)가 새책을 펴냈다.
몇권의 사진관련 번역서를 제외할때 그의 첫번째 저서가 되는 이 책은 다소 장황한 제목의 『이미지와 디자인을 지배하는 자가세계를 지배한다』(비룡소刊).
서울大미대 재학시절 문화예술의 전방위 딜레탕트였던 鄭씨는 자신의 유럽예술기행을 담은 이 책속에서 특유의 해박함을 자랑하며이탈리아 르네상스미술의 보고인 피렌체에서부터 스위스의 시계왕국인 소도시 라 쇼 드 퐁까지 발로 섭렵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미술잡지기자.사진전공 파리유학생.대학시간강사.출판사 편집위원.미술평론가.사진작가등 복잡한 이력으로 80년대를 보낸 정씨답게 그의 유럽기행은 미술은 물론 문학.출판.사진.디자인등 다방면의 관심으로 채워져 있다.
파리~프라하~밀라노~마드리드를 큰축으로 삼아 30여개의 유럽도시들을 돌아본 그의 예술기행은 84년 미술잡지기자를 그만두면서 오늘날 현대미술과 디자인이 뿌리를 두고있는 유럽의 근대적 도시문화를 직접 체험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대부분의 글이 카페나 호텔,야간열차 등에서 쓰여져 현장감이 물씬하지만 이책 곳곳에는 특히 사진의 출현이후 모든 문화현상이이미지의 복제로 환원되는 것이라는 저자의 일관된 관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유서깊은 도시문화가 현대문화속에서 생산성높은 소프트웨어로 변신해 나가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네덜란드 안트베르펜의 유명한 루벤스 하우스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플라탱 모레투스박물관에 대한 소개를 들수 있다. 활판인쇄보급과정의 목판술과 희귀본을 모아놓은 이 박물관은그에 따르면 일러스트레이션에 관한 자료의 보고로서 이미지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탐방이 그치질 않는다.
대학시절 번역하청을 많이 맡아 유명 번역물의 숨은 역자이기도했던 鄭씨는 유럽문화의 본고장을 찾기에 앞서 불어와 독어를 새로 익히는등 치밀하게 여행준비를 했던 것으로 전한다.
서양문명의 순례자를 자처하는 정씨는 『오늘날 현대미술이 난해한 관념적 유희로 치닫고 그나마 국내에서는 서구미술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이상한 콤플렉스까지 생겨나는 상황에서 시각예술의 오늘이 있게 한 유럽문화의 역사적 족적을 눈으로 확 인하는 작업은 절실하다』고 여행의 변을 말한다.
프랑스에 유학,파리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한 鄭씨는 『사진의역사』『사진제국』『대중매체시대의 예술』등을 자신의 이름으로 번역했으며 현재는 이화여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史를 가르치고 있다. 〈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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