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소에도 연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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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요즘 샐러리맨들에게 연봉제는 대세다. 능력에 따라 봉급을 달리 받는 제도가 보편화했다. 이런 연봉제가 '싸움소'에게도 퍼졌다. 싸움소도 연봉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소싸움 대회에 참가하는 소들에게 연봉을 주기로 한 곳은 진주투우협회다. 협회는 내년부터 싸움소들의 전적에 따라 연봉을 주기로 했다고 10일 설명했다. 이도판(54) 회장은 "현재 상금제로 운영되는 소싸움 대회는 싸움소들이 입상권에 들려면 치열하게 싸워야 해 대회 참가를 꺼리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행 첫 해의 마리당 연봉 범위는 500만~1000만원이다. 진주투우협회는 연봉을 지급하기 위해 100여 마리 소의 전적 분석에 들어갔다. 현재 진주에서는 해마다 각각 1억원의 상금을 내걸고 봄(논개제), 가을(개천예술제)에 두 차례 소싸움 대회가 열린다.

협회가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소싸움 대회의 열기를 높이려는 시도다. 현재의 토너먼트 방식 싸움 대회에 출전하는 200여 마리의 소가 상금을 받으려면 1~4등 안에 들어야 한다. 여섯 체급 경기가 벌어지기 때문에 24마리만 상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싸움소들은 대회가 열리는 1주일 동안 5~7차례 치열하게 격돌해야 한다. 요즘은 몸무게 1000㎏이 넘는 소가 많아지면서 경기 중 다리가 부러지고 뿔이 빠지는 치명상을 입고 도축장으로 실려가는 소도 몇 마리씩 나오고 있다. 소 주인 입장에서는 상금을 따기 위해 대회에 출전했다가 입상권에 들지 못하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데다, 만약 소가 치명상을 입으면 수천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진주투우협회는 협회에 등록된 싸움소에게 연봉을 주기로 했다. 진주투우협회에 등록할 수 있는 소는 진주와 사천 등 진주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 키운 소로 제한된다.

대신 협회는 기존의 봄 대회를 없애고 매주 토요일마다 협회에 소속된 소들만 참가하는 대회를 열기로 했다. 가을 대회는 전국 대회로 연다.

연봉을 받는 소들은 토요 상설대회에 1년 중 6개월간 의무적으로 출전해야 한다. 소 주인들은 소의 상태를 봐서 소싸움 대회에 골고루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진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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