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바둑칼럼>日바둑 쇠망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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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日本바둑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지속적으로 밀려드는 「韓國쇼크」에 근엄하던 「日本의 자존심」도 기어이 꺾인 것 같다. 日中슈퍼리그가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처음 이 호사스런 대회가 막을 올렸을 때 한국은 상류사회의 파티를 창밖에서 구경하며 침을 삼키는 시골총각의 신세였다.日中名人戰.日中天元戰이 잇따라 생겨났고 입장불가의 딱지를 맞은 한국은 외롭게 칼을 갈았다.
10년이 지난 올해 스폰서인 NEC는 『韓國이 참여하지 않는대회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대회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東京의 후지쓰배 결승에서 한국의 曺薰鉉과 劉昌赫이 패권을 다퉜을 때 日本은 유구한 역사가 새겨진 일본정신의 하나가일시 겁탈당한듯한 기분에 빠졌으나 곧 평정을 되찾았다.해설장은호기심 어린 팬들로 인산인해였다.신문은 이렇게 제목을 달았다.
『韓國바둑 진짜 강한가.』 올해 똑 같은 현상이 재현되자 주최사인 요미우리신문의 기사는 대문짝만하게 커졌다.제목도 『韓國바둑 어디가 강한가』로 바뀌었다.
6월 NHK는 후지쓰배 준준결승을 해설했는데 해설자는 바로 曺薰鉉9단이었다.요즘 벌어지고 있는 本因坊戰도전기에서 趙治勳9단은 曺薰鉉9단의 전문포석을 들고 나왔다.NHK의 화면에서 두사람의 해설자가 말했다.
『저건 韓國식 아닙니까.』 『그렇군요.韓國에서 유행하는 독특한 포진법입니다.』 7월의 후지쓰배 준결승전.단장으로 참여했던尹奇鉉9단은 한 기자가 日本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지르는비명소리를 들었다.
『왜 日本열도에는 李昌鎬같은 棋才가 나타나지 않는가.』 부지불식간에 英雄대망의 심리를 표출한 이 외침에는 견디고 견뎠으나끝내 대세를 인정해야 하는 4백년 바둑王國의 아픔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6년전 日本의 文藝春秋에「일본바둑쇠망론」이란 글이 실린 적이있다.요지는 이렇다.
『…과거 일본의 9단은 한시대에 한명.권위와 실력의 상징이었다.그것이 지금은 너무 많아져 프로의 구조는 역삼각형이 됐다.
권위의 상실은 쇠망의 전조다….』 글쓴 이가 이런 경고를 할때韓國은 안중에도 없었다.그러나 5~10년안에 쇠망한다는 예측은맞아들어가고 있다.日本의 3대기전은 이런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오픈化」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강자를 보기 원하는팬들의 여망에 맞추려면 日本기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흥행」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게 그 쪽의 대세인 것 같다.문을 연다면 韓國棋士들은 즉각 달려갈 자세다.그때 20억~30억원 규모의 일본3대기전은 더욱 커져 바둑계의 황금시장으로 새롭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우선은 8월6일 후지쓰배 결승전이 東京의九段下에서 열린다.日本棋院이 아니고 야릇한 지명을 택한 것이 흥미롭지만 아무튼 韓國기사끼리 벌이는 이 대회가 일본바둑계의 지각변동을 가속시킬 것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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