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객석에서>극단 목화레퍼토리 컴퍼니 도라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극단 목화레퍼토리 컴퍼니가 오태석 연극제의 마지막 작품으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인『도라지』는 역사인물을 소재로 한 연극의 또다른 맛을 느끼게하는 작품이다.작가 오태석이 직접 연출을 맡은 『도라지』는 舊韓末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의 일대기를 다룬 인물극.그러나『연극적 재미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는 연출자의 말마따나 이 작품은 여느 인물극과는 달리 해학과 웃음이 넘친다.
꽹과리.북을 동원한 흥겨운 음악이 그렇고 훈도시만 입은 남자들이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춤을 추는 일본 대중탕의 장면이 그렇다.김옥균이 일본의 외딴섬에 유배되어 현지 해녀들에게 한국의 춤과 노래를 가르치는 대목은 차라리 익살이 넘친다 .비극을 해학으로 풀어내는 오태석流의 탁월한 힘이 엿보이는 대목들이다.
그러나 『김옥균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에게 미룬다』는 연출의 辯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는 김옥균에 대한 작자의 편애가 지나치게 드러난다.김옥균을 죽음에 이르게한 고종과 민비를 극히 무기력하고 모자란 인물로 희화화한 것이나 고종의 죽 음과 김옥균의 부활장면을 한 평면에서 처리해 극적인 대비를 노린 것등은 자칫 관객에게 왜곡된 역사인식을 강요할 소지가 있는 부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해하기로 소문난 오씨의 연출의도를 그대로 재연해내는 목화단원들의 탄탄한 연기는 객석의 시선을 철저히잡아두는 멋진 앙상블을 보여준다.
〈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