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당 대표 '아프간 지상군 파병하겠다'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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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당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가 자신이 집권하면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을 파병하겠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오자와는 차기 총선에서 집권이 유망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자와는 9일 발간되는 진보 성향의 월간지 세카이(世界)에서 “정권을 잡으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중인 국제치안지원부대(ISAF)에 자위대 참가를 실현하겠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지상군으로 파견되면 전투를 피할 수 없게 돼 이는 곧 자위대의 해외에서의 무력 사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어떤 무력의 사용도 금지하고 있는 일본 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오자와 발언의 진의를 놓고 일본 정가는 갑론을박을 벌이며 논란에 휩쌓였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은 “국제연합의 결의가 있으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는 발상은 해외에서의 무력사용 금지라는 헌법 해석에 어긋난다”며 자위대의 ISAF 파견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방위상 역시 “자위대 장병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며 오자와를 비난했다.

오자와는 물론 "민생 지원 분야에서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무력 사용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지만 후방지원에 그치는 테러방지 급유활동에는 UN 결의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력 사용이 불가피한 지상군 파견을 제안하고 있어 모순된 주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자와가 지상군 파견을 거론한 이유는 자민당이 지지하는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활동에 반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자민당이 민주당의 반대로 11월 1일 만료되는 급유활동의 연장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급유ㆍ급수로 명확히 한정된 새로운 법안을 내놓으려자 “반대만 하는게 아니라 대안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자민당 못지 않게 보수 우경화된 의원들이 많아 보수 세력의 ‘표’를 빨아들이는 것은 물론, 집권 후 헌법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만들려는 포석 차원에서 지상군 파견을 거론해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정권 교체를 건 중의원 해산은 빠르면 연내 실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도쿄= 김동호 특파원

◇ISAF=아프가니스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을 중심으로 37개국이 참여한 다국적군으로 반정부 세력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모두 4만1000여명에 이르는 ISAF 주둔군은 2001년 이후 최근까지 700여명이 사망할 정도로 직접 전투에 참가하기 때문에 총기 사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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