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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에 거의 의존한 유럽의 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유럽 주요국들의 선거는 거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치러진다해도과언이 아니다.선거운동이나 투표,그리고 개표까지 자원봉사자들의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영국의 경우 유급선거운동원의 숫자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나 선거비용 한도가 낮아 선거운동은 대부분 자원봉사자에 의존하고 있다.이는 선거구당 한 후보가 사용할 수 있는 기본비용이4천3백30파운드(약 5백20만원)에 유권자 1 백명당 대도시3파운드 70펜스,지방 4파운드 90펜스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등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선거구 평균 유권자수가 7만명 정도이므로 선거비용은 우리돈으로 따져 평균 8백여만원에 불과하다.이 돈으로는 기본적인 선거운동,즉 유인물 배포나 포스터부착.우편물 발송등을 충당하기에도 빠듯해 유급선거원을 두기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따라서주로 후보의 소속 정당원이나 친지들이 선거운동 자원봉사를 하게된다. 영국의 경우 현재 6백45개 선거구에서 모두 20만명 이상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후보당 평균1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셈이다.
이들은 유인물 배포나 포스터 부착,홍보책자 발송등 일반적인 선거운동 외에 유권자들의 집을 방문,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원칙적으로 무급이지만 선거구의 재정사정에 따라 약간의 수고비를 지급하기도 한다.프랑스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당원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선거운동을 돕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와 별도로 대학생들이 선거자원봉사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들도 무보수가 원칙이지만 점심값이나 지방출장의 경우 호텔비.차량지원등의 사례를 받고 있다.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자원봉사자가 금전적 손해는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최소한의 배려일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러나 TV.라디오등 전파매체를 이용한 유세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프랑스에서 선거운동원의 의미는 점점 퇴색해 가고 있으며,이에 따라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비교적 적은 편이다.
독일의 경우도 선거운동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하지만 선거 자체,즉 투표날의 모든 절차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치러진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색이다.총선이나 지방의회선거등 일반 선거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모든 일정이 자 원봉사자들에의해 진행된다.즉 투표장의 질서유지,투표자 신상확인,투표용지 배포,투표소 안내,그리고 검표까지도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독일의 선거구는 무두 9만1천개에 달하며 자원봉사자는 약 7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한개의 투표소에 7~8명이 배치되는 셈이다.물론 이들 7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1백% 민간인 자원봉사자는 아니다.이들 가운데는 공무원이 상당수 포함 돼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들 공무원은 상급자의 지시나 강요에 의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말그대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의의가 있다.
독일의 선거자원봉사자는 이른바 「명예공무」를 수행하기 때문에원칙적으로 보수가 없다.그렇다고해서 이들이 손해를 보게 하지도않는다.「청량음료 값」이라 해서 1인당 30마르크씩 지불된다.
공무원 신분으로 자원봉사를 한 사람에게는 30 마르크 외에 휴가를 하루 더 주는 곳도 있다.일반 자원봉사자들에게 50마르크를 지불하는 곳도 있지만 이는 수당이 아니라 최소한의 손해보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베를린.파리.브뤼셀=劉載植.高大勳.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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