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벤츠 클래식센터’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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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단종 후 수십 년 된 차도 예전 방식대로 고쳐 주는 걸로 유명하다. 최근 방문한 독일의 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 근교의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은색의 2층 빌딩으로 현대적 외양을 갖췄다. 안에 들어서니 누렇게 빛바랜 자동차 설계도가 덮고 있는 벽면과 수리를 기다리는 고풍스러운 차들이 눈에 들어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1960~70년대 수공 위주의 자동차 정비공장에 들어선 듯했다. 내부를 안내한 볼프만 쾨르너(72)는 “모든 부품은 차가 생산될 당시와 동일한 품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재료는 요즘 나온 신소재라 품질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 센터가 문을 연 건 93년. 양산이 중단된 지 20년 넘은 차종을 수리하는 서비스를 해 주기 위해서다. 여기선 이런 차종을 ‘올드 타이머(Old-Timer)’라고 부른다. 수리에 필요한 설계도도 이곳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쾨르너는 “2층 높이의 서류함을 일렬로 깔면 10㎞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을 만드는 도구들을 모아 놓은 방으로 들어서자 먼지를 뒤집어쓴 재봉틀 한 대가 나타났다. “예전 재봉틀로 가죽을 박아 시트를 만들었을 때의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에는 3만5000여 종의 단종 차량 부품이 있다. 재고가 떨어진 부품을 새로 만들어 낼 때는 납품이 가능한 회사를 수소문해 생산시설을 확인하고 다시 심사해 검사 규정에 합격해야만 그 부품을 사용한다. 이 모든 과정 역시 기록으로 남긴다. 수리기능공을 선정하는 과정도 엄격하다. 이 정비공장의 기능공 18명 모두 30세 이상이다. 자동차 수리에 관해서는 최소한 팀장을 해 본 적이 있는 베테랑이다.

 단종 차종을 시승하는 이색 경험도 맛볼 수 있다. 1902년 벤츠 1호차를 재현한 차량에서부터 52년 생산된 벤츠 최초의 수퍼카 300SL(사진) 등 자동차 역사에 나오는 기념비적 차량이 즐비하다. 쾨르너는 “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직접 타보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벤츠의 전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소장 중고 차량의 시세는 이곳에서 정확하게 판정받을 수 있다. 정확한 가격을 매기는 기준 자료집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된 페인트의 재질까지 철저하게 검사해 값을 정한다. 검사 비용은 1200만원으로 적잖다.

슈투트가르트=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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