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달라졌어요 <상> 남성의 늦가을 ‘갱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남성에게 ‘성(性)’은 단순하게 섹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생 동안 남성을 지배하는 정체성이며, 자신감이며, 건강의 상징이다. 하지만 남자 나이 40대면 이 모든 것이 퇴락의 길로 접어든다. 세상을 향한 창은 무뎌지고, 칼은 녹이 슨다. 체형도 급변한다. 근육이 소실돼 지방이 들어차고, 두툼하게 뱃살이 나와 남성다움을 잃게 되는 것이다. 남성도 여성의 폐경(메노포즈)과 같은 안드로포즈를 맞는 것. 중앙일보 건강팀은 대한남성갱년기학회와 함께 ‘남편이 달라졌어요!’를 바이엘 헬스케어의 후원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남성도 폐경을 맞는다=폐경은 여성에게만 있을까. 폐경은 생식 시기에서 비생식 시기로 넘어가는 과정. 따라서 생리현상이 없는 남자에게 폐경기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이런 단순 공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근거가 호르몬의 변화다. 남성다움을 보여주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하게 줄면서 여성과 마찬가지의 생리적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현상은 성욕 저하. 이와 함께 만성피로와 무력증, 불면이나 기억력·집중력 저하, 자신감 결여와 같은 심리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40대부터 시작되는 근육량 감소와 복부비만 증가, 골다공증의 시작 역시 테스토스테론의 저하와 관계가 깊다.

 문제는 성인병의 길목인 대사성증후군과 남성호르몬 수준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만한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낮고, 당뇨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협심증이나 당뇨병이 있는 남성의 40%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다는 논문도 있다.

 하지만 증상은 성생활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비뇨기과 문두건 교수는 “남성의 80% 이상에서 성욕감퇴를 경험하며, 이 시기엔 성관계 횟수뿐 아니라 성적 상상력이나 환상도 시들해진다”고 말했다.

 ◆남성호르몬 감소는 필연=호르몬이란 그리스어로 ‘흥분시키다, 불러일으키다’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이른바 생리활성 물질의 총칭.
 태아기 남성호르몬은 남자 아이의 생식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이후 8세 이전까진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남녀의 신체적·정서적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남성호르몬은 8세부터 시작해 17세 때 정점에 이른다. 사춘기의 목소리 변성, 우람한 골격의 완성, 왕성한 성욕의 원천이다. 성격도 바뀐다. 투쟁의 호르몬답게 정복욕을 자극하고, 공격성을 드러낸다.

 안타깝게도 테스토스테론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한다. 40대 이후 매년 1.2%씩 줄어 70대에선 30대의 절반이 된다. 공격형인 사람이 수비형으로 바뀌고, 여성편력이 심하던 남성이 가정으로 ‘귀환’하는 것은 남성호르몬의 지시라고 보면 옳다.

 일반적으로 정상 성인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양은 260∼1000ng/dL. 그러나 절정기 청소년의 남성호르몬 수치는 2000ng/dL에 이른다. 남성호르몬은 주로 오전에 많이 분비되는 것이 특징. 따라서 남성호르몬 검사는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남성 갱년기 극복은 사랑으로=노화는 필연이지만 지연시키거나 개선시킬 수 있다. 남성호르몬도 마찬가지다.

 남성호르몬을 유지토록 하는 첫 번째 수칙은 사랑을 하라는 것. 이성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사랑을 하면 뇌하수체에서 성선 자극 호르몬과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이 나와 정소와 부신피질을 자극한다. 그 결과, 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DHEA와 테스토스테론 생성이 촉진된다.

 둘째는 운동이다. 특히 근력운동이 중요하다. 남성호르몬은 근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몸에서 단백질을 합성해 근육을 만들고, 또 근육량이 많아지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최대 근력의 85% 이상 중량 운동을 하면 테스토스테론이 의미있게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셋째는 남성호르몬 치료다. 의학적으로 치료 대상이 될 정도로 의미 있게 수치가 적은 남성에겐(346ng/dL 이하) ‘젊어지는 묘약’을 주입한다. 요즘엔 약물로 개발된 테스토스테론도 진화를 거듭해 주사제·패치제·알약·겔 형태 등 다양하게 나와 있다. 최근엔 1회 사용으로 3개월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유지시켜 주는 주사제가 등장해 편리성을 더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실제 남성호르몬 공급량을 늘리면 뼈의 발달과 함께 근육량 증가, 지방 감소 등 남성다운 모습을 회복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