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후의한반도>5.개방이냐 폐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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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권력 장악이 굳어진 金正日은 개방의 물결 동참과 폐쇄체제 고수를 놓고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부와 북한문제 전문가들은『단기적으로 대외개방은 어려우나 중장기적으로는 개방폭을 넓힐 것』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있다. 우선 당분간 대외개방이 어렵다는 견해는『내부문제 수습이더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방어적 성격일 것』,『金日成 사망 충격에서 벗어날 때까지 對서방관계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金學俊 檀國大이사장은『金正日체제가 어떤 길을 걸을지 지금은 예상할 수 없다』고 전제,『추측컨대 체제안정화에 힘을 써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개방에 적극성을 보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단 金正日체제가 안정되면 사정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중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개방 가능성이 높다는것이다. 이같이 보는 견해의 근거는 크게 대내.대외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대내적인 요인으로는 우선 金正日이 金日成大를졸업하고 과거 동독으로 유학,유럽문화에 젖는등 金주석에 비해 비교적 현대식 교육을 받아 외국물정에 밝다는 점이다.
아울러 金正日의 주요 측근들이 개방파라는 점이다.대외정책의 총책인 金永南외교부장,사상 전문가인 黃長燁국제담당비서,남북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맡았던 金容淳 對南담당비서,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金達玄前부총리,北-美회담의 주역 姜錫柱외교부 부부장등 측근들은 외교. 경제적으로 개방지향적인 인물들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요인은 민심을 수습하고 악화일로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방이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새로운 지도자가 출현하면 국민들에게 어떤 신선한 카드를 제시해야 하고 체제 안정을 위해 국민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며『서방자본을 끌어들이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외적인 요인으로는 주변국들,특히 중국의 개방 압력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羅津.先鋒 자유무역지대등 경제특구 개발에 1차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北-美 고위급회담,對日 수교협상등이 진전될 경우 이들 국가의 경제 지원에 의해 북한의 개방은 가속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개방이 필연수순이라고는 하나 폐쇄로 가는 돌출변수도 만만치 않다.
먼저 金正日의 양면성이다.유럽식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나 돌발적인 성격,선대에 비해 부족한 리더십등이 개방으로 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하면서『NPT탈퇴가 金正日동지의 지도에 따른 것』이라고 말해 그의 예측불허 성격을 드러냈으며 우리 정부 당국자도『金正日에 대한 평가는 양론이 있어 그의 개방정책을 미리 예 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북한의 체제와 관련된 요인이다.金昌順 북한연구소장은『우리식 사회주의를 통치이념으로 삼고 있는 북한은 개방에 따라 자칫 잘못하면 이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근본이 흔들리는 것을우려해 본질을 버리고 개방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잘못 변신했다가는 근본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점을 북한이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면서 대외적으로 개방정책을 표방하는「제한적 개방」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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