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판 고려장, 필리핀에 버려진 80대 노부모

중앙일보

입력

늙으신 부모님을 깊은 산중에 버렸던 악습, 고려장이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부모님을 버리는 장소는 깊은 산중에서 해외로 바뀌었다.

SBS TV 시사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해외판 고려장 버려진 노부모'가 아들의 말만 믿고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처참하게 버려진 80대 노부부를 취재했다.

노부부가 아들에게 감쪽 같이 속은 것은 지난 2월.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던 아들이 필리핀 관광을 시켜준다며 부모님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면서부터다. 1달 동안 필리핀에 있는 아들 내외의 집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노부부는 "한국에 있는 재산을 정리해 함께 필리핀에서 살자"는 아들의 말에 동의했다.

아들에게 전 재산 맡긴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한국에서 정리한 재산을 아들에게 맡기고 필리핀 이민생활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아들의 태도는 돌변하고 말았다. 필리핀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부모님을 집에서 쫓아낸 뒤 나 몰라라 하는 것. 물론 재산은 아들 내외가 독차지했다. 오갈 데 없이 빈털터리 신세가 된 노부모는 현지 교민의 도움으로 거처를 옮겨가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노부부와 같이 필리핀에 버려진 노부부가 많다는 사실이다.

필리핀 현지 취재진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파렴치한 자식들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며 분노했다. 동남아 이민이 노후생활의 대책으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신(新) 이민 고려장을 고발한다. 오는 9일 방송된다.

[JES 홍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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