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산책>11.끈질긴 기억-살바도르 달리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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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꿈을 찍는 사진관』이란 동화가 있었다.꿈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있었다.그러나 이것들은 현실에서 볼 수가 없으니 그래서 동화였고 초현실이었다.미술에서 이러한 꿈의 심상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20세기의 일이었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1904~89)는 인상주의.야수파.형이상학파.미래주의.입체주의등 모든 20세기 미술의 유파를 거침없이 소화하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미로를 만나 초현실주의 작업으로 기울어진 달리는 추상.입 체.다다의 영화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나리오로 루이 브뉘엘 감독과 함께 초현실주의 영화『안달루시아의 개』를 제작하기도 했다.그 탐욕스런 재능으로 달리는 카메라의 눈 대신 꿈을 찍는 내면의 눈을 선택했다.
정신병자의 사례 연구와 프로이트의『무의식의 왕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된 이 기법은 마그리트와 샤갈을 사로잡았다.마그리트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뒤죽박죽으로 배치해 로트레아몽이 읊었듯이「해부대 위에서 재봉틀과 우산이 만나는 것처럼아름다운」,말하자면 메슥메슥한 아름다움으로 만들었다.달리는 편집광적 비판의 방법을 개발했다.
편집광이란 어떤 생각의 꼬투리를 잡았다 하면 마르고 닳도록 물고 늘어지는 정신병이다.달리는 비판의 방법으로 꿈을 해부한다.먼저 꿈의 비합리적이고도 두서없는 단편을 화면에 옮긴다.그러고나서 화두에 매달리듯 물고 늘어지되 현실의 것이 라고 생각되는 것은 비판을 통해 제거한다.그리하여 흐리멍덩하던 기억은 사진처럼 정밀한 달리의 그림 솜씨에 의해 조직화되고 객관화돼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 편집광적 비판이었던 것이다.
달리는 생전에 엄청난 부와 명성을 누렸다.때로 피카소보다 그림 솜씨가 뛰어나다는 상찬을 받기도 했으며 추상표현주의의 선조로 평가되기도 한다.
달리가 작성했던 화가들의 성적표에 따르면 라파엘로.벨라스케스.레오나르도 다 빈치 다음이 달리 자신이었다.그 다음에 피카소가 놓였다.
스페인이라고 쓴 편지 봉투에 가느다란 콧수염만 그려넣으면 달리가 살고 있는 포르트 리가트로 편지가 배달된다는 전설적 인물. 피카소와 함께「죄가 될 정도로 부자」였던 달리는 그러나 피카소와 함께 삼류 상업주의 화가라는 만년의 평가를 받는다.지출규모에 맞추기 위해 양산했던 도자기.판화 등이 피카소를 삼류화가로 만들었다면 달리는 사인을 팔아 치부했다.스페 인 국경에서세금 포탈 혐의로 검문에 걸린 트럭 안에서 달리가 자필로 사인한 백지 판화지가 발견됐던 것이다.그래서 예술가의 수명과 자기관리에 대한 논의의 대상이 되곤 하는 것이 달리였다.
〈다음회는 장 포트리에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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