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정상회담 연기 요청/김용순,이부총리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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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측 유고로 불가피”/평양/당위원 등 9백명 평양집결/곧 중대발표설도/김정일승계 빨라질듯
북한은 11일 오전 김용순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편지를 이홍구통일부총리 앞으로 보내 『우리측 유고로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고 통일원이 밝혔다.
통일원은 이날 오전10시 북측이 전통문이 아닌 편지로 김일성주석의 유고와 정상회담 연기를 공식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공식입장을 우리측에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전통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미 중대보도를 통하여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측의 유고로 예정된 북남최고위급회담을 연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음을 위임에 의하여 통지하는 바입니다.』
한편 김정일에 대한 북한의 당정 고위 인사들의 충성 서약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북한 노동당이 11일 노동당 중앙위원 1백45명과 후보위원 1백3명,그리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백87명을 평양에 긴급 집결시킴으로써 김일성주석에 대한 집단조문에 이어 김정일을 전격적으로 당총비서및 국가주석으로 선출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안기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동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김주석의 집단조문과 그 절차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이들의 평양체류중 당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해 전격적으로 당총비서및 주석 선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또 해외에 나가 있는 황장엽당비서·이성대대외경제위원회위원장·김정우부위원장등 당과 정무원 고위 간부들에 대해서도 긴급 귀국하라고 지시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은 이와함께 북한의 향후 진로와 관련,곧 중대한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 정통한 홍콩의 한 소식통은 10일 『북한이 곧 중대결정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이 발표는 후계자 문제와 남북정상회담,북―미고위급 회담,핵문제 등에 대해 두루 언급할 것』이라고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평양방송들은 10일부터 김정일을 「또 한분의 탁월한 수령」「우리의 운명」「믿을수 있는 지도자」라고 칭송하면서 북한의 권력이 김주석에서 김정일에게 이양되었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한편 북한의 대표적 경제관료인 홍석형국가계획위원장과 북한청소년 조직인 사노청의 최용해위원장은 10일 오전 당정 고위인사로는 처음 평양방송에 출연,『김정일의 영도를 충성으로 높이 받들어 나감으로써 김주석이 개척한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김주석의 사망이 북한에 준 충격은 엄청나지만 북한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가기보다 생각보다 빠르고 순조롭게 김정일 후계체제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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