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국영기업 민영화 영국서도 찬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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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기업 민형화」에서도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英國에서는 요즘「민영화 선진국」답게 아예 체신사업의 민영화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파문의 시발은 지난달 30일 英정부가 로열 메일社의 민영화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당국은 회사주식의 51%를 민간에 매각하고49%는 정부가 소유하되 업무에는 일절 간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한 비판세력의 반대가 거세게 터져나왔다.
우선 이회사가 18년째 계속 흑자를 기록한데다 지난해 사상 최고액인 3억6백만파운드(한화 3천7백여억원)의 순익을 올린「알짜회사」라는 점이다.이 때문에 정부내에서 조차 민영화 반대의견이 거세다.
노동당은 로열 메일社를 민영화할 경우 수지가 맞지않는 벽지우체국이 폐쇄되는등 우편서비스의 질저하와 지역에 따른 우편요금인상등의 우려를 표명,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대적인 인원감축이 불가피해 가뜩이나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수만명이 또다시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것이 노동당의 주장이다.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영국정부가 체신업무조차 굳이 민간분야로넘기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現보수당정권의 민영화에 대한 신봉 때문. 방만한 경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국영회사를 민영화시키는것이 英國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길이라는 소위「대처리즘」이 아직도 英國 산업정책의 基調가 되고있는 것이다.
실제로 마거릿 대처 前총리 이후 꾸준히 추진돼온 민영화정책 덕분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브리티시 에어웨이社.브리티시 텔리콤社등 주요 국영회사들이 흑자로 돌아섰다.
또 하나의 이유는 국제경쟁력확보 측면.
현재 로열 메일社가 비록 흑자라 할지라도 현체제를 유지할 경우 신속.정확한 배달망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DHL社.페더럴 익스프레스社등 美國系 다국적 우편배달회사에 英國시장을 빼앗길것이자명하고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메이저정부는 3개월간의 의견수렴을 거친뒤 9월말 엘리자베스여왕 명의로 로열 메일社의 민영화방침을 발표한다는「强行」일정을 잡아놓고 있다.아직도「특혜시비」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민영화 추진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 고있는「英國의 선택」이다.
[브뤼셀=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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