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견기업에 경협 손짓/이북출신 기업인들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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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향에 공장 세울수있다” 제의
남북경제교류를 대하는 북한의 관심이 점차 실무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합작 희망 기업도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북한은 최근「간판 경영인」 대신 국내 기업의 실무자들과의 접촉 시도를 늘리고 있고 특히 경공업 분야에서 이북출신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과의 교류 확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종합상사등 관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북경등에 나와있는 북한 요원들은 핵문제로 인한 긴장 속에서도 대북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 3∼5월 사이 여전히 대량의 방북 초청장을 보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은 국내기업들이 핵문제로 대북 투자등 경협이 장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고 대신 남북 물자교역에 주로 치중한 기간이었는데 북한측은 상담이 이루어진 경우 실무자들에게 거의 빠짐없이 방북 초청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대우·럭키금성등 남북 교역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기업들은 대표이사를 제외하고도 초청장을 받은 인원이 그룹별로 각각 20여명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공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초청장을 받고도 승인 가능성이 없어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초청장을 받은 인원은 모두 1백5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따라 인적교류가 허용될 경우 기업인의 방북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북한기업들은 국내의 중견 기업중 창업자가 이북출신인 기업들에도 방북초청장을 집중적으로 보내오고 있다.이들 기업인은 금강산그룹·삼천리 주식회사등 북한 기업들로부터 3∼4장씩의 방북 초청장을 받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북한은 이북 출신 기업인들에게는 남포공단이나 나진·선봉 지역외에 고향에도 공장을 세울수 있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92년9월 고향인 영변을 방문하고 돌아온 고합그룹 장치혁회장은 핵문제로 중단됐던 화섬원료 공장과 직물 후가공사업의 대북합작투자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또 영창악기의 김재섭회장과 태평양화학의 서성환회장,삼립식품의 허창성회장, 인켈의 조동식회장등 이북 출신의 기업가들도 사정이 허락되면 자신의 고향에 현재의 생산 주력 품목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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