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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영천서 ‘전국 마라톤 대회’ 애마와 장거리 ‘말 달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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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국승마연합회 관계자들이 말을 타고 제1회 지구력 승마대회가 열릴 영천 금호강 둔치 일대의 대회 코스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일 오후 경북 영천시 완산동 영천역 앞 옛 공병대 부지. 공터에 있는 말들이 ‘푸르륵 푸륵’ 울음소리를 내며 여물을 먹거나 바닥의 풀을 뜯곤 한다.

 김근수(42·제주시도평동)씨가 쇠 긁개로 이 중 한 마리의 등을 긁어주자 말은 시원한 듯 꼼짝 않는다. 이 말은 김씨가 제1회 전국 지구력 승마대회에서 탈 ‘공사’. 대회를 앞두고 전국에서 출전할 말들이 속속 공터에 모여들고 있다.

 대회에 4마리를 출전시키는 김씨는 “좋은 성적을 거둬 제주도에 힘이 좋은 말이 많다는 걸 전국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말들이 제주에서 목포를 거쳐 영천까지 트럭을 타고 왔기 때문에 건강상태가 걱정된다”며 기계로 말의 심장박동수를 재고 말굽을 들여다 보며 일일이 신체검사를 했다.

 바로 옆에서는 이번 대회에 출전할 말들이 묵을 ‘마방’을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인부들은 쇠파이프와 부직포·천막 등으로 순식간에 한 마리씩 들어가는 마방을 만들고 바닥에 톱밥을 깔아준다. 근처에는 건초 더미도 쌓여있다.

 이들 말은 영천한약축제 기간(10월2~6일)인 3일 금호강변 둔치 일대에서 제 1회 전국 지구력 승마대회에 출천한다. 승마 동호인들이 애마와 함께 장거리를 달리며 말의 인내력·속도를 측정하는 ‘말 마라톤 대회’다.

 경기는 10㎞, 20㎞, 30㎞ 3개 종목에서 개인·단체전으로 나눠 진행된다. 단체전은 4명이 한 팀을 이뤄 가장 좋은 기록을 낸 3명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전국에서 30㎞에 80마리, 20㎞에 20마리 등 모두 143마리가 출전한다. 출전 말은 국산 또는 퇴역한 경주마, 제주마(조랑말)들이다. 현역 경주마는 출전하지 않았다.

 경기방식은 4~5마리씩 출발해 10㎞마다 10분씩 휴식한 뒤 수의사가 1분간의 심장박동수를 측정해 기준(60bpm)이상이면 탈락하고 미만이면 계속 달릴 수 있다. 말을 보호하기 위해 골인지점에서도 심장 박동수를 체크한다. 심장박동수 기준 이내에서 전 코스를 먼저 달리면 이기며, 종목별 1위에게 80만~170만 원의 상금과 트로피가 주어진다.

 국제승마연맹(FEI)이 공인한 지구력 승마대회는 주로 40㎞, 80㎞, 120㎞에서 열린다. 국제적으로 210개 이상의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코스 개발이 어려워 그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번 대회는 코스는 짧지만 경기중 박차·채찍을 사용할 수 없는 국제대회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

영천=황선윤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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