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머리'와 '대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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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머리’를 국어사전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을 포함하며 머리털이 있는 부분을 이른다’고 풀이하고 있다. 반면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돼지 대가리/말 대가리/생선 대가리),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주로 길쭉하게 생긴 물건의 앞이나 윗부분(열차 대가리/콩나물 대가리/못 대가리)’을 일컫는 말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사람 이외의 다른 동물의 머리를 반드시 ‘대가리’로 써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대가리’는 단지 ‘머리를 낮추어 이르는 말’일 뿐이다. 음식 이름 중에 ‘소머리국밥, 돼지머리고기’란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사람의 머리를 낮추어 ‘새대가리, 돌대가리, 닭대가리’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머리’는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이란 뜻 외에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머리털, 단체의 우두머리, 사물의 앞이나 위 또는 일의 시작이나 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머리’와 ‘대가리’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접미사로 쓰일 때는 똑같이 ‘비하’의 뜻을 나타낸다. ‘싹수머리, 안달머리, 인정머리, 주변머리, 주책머리/ 맛대가리, 멋대가리, 재미대가리’ 등이 그러한 예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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