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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세울 수 없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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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찰이 27일 파업을 결의해 놓고 농성중이던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소속 기관사들과 역무원들을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 연행,해산시킴으로써 이제 철도파업문제는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이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철도·지하철의 정상운행 확보와 전기협및 전국지하철협의회(전지협)가 동조하고 있는 전국노조대표자회의(전노대)소속 대형사업장의 연대분규 가능성을 협상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다.
철도청은 파업에 대비해 기관사경력의 비파업직원들과 기관사출신 군복무자들로 비상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하나 정상운행과는 거리가 멀다.따라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객운송은 물론,화물의 물동량도 심한 적체를 보일 위험이 크다.따라서 파국사태를 막기위해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급선무다.
철도와 지하철이 갖는 공공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노조나 정부 모두가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해 불행한 사태까지 몰고간 책임이 크다.노조측은 노동법상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법정신은 국민에게 피해를 주라는 것이 아니라는 가장 평범한 상식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철도기관사들의 움직임이 대형파업으로 이어져 국가대동맥의 파국이 오는 것을 우려해 공권력투입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고있다.그러나 사전예방적인 공권력 투입이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이끌 적절한 수단이었느냐 하는 점에서 그 투입시기 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정부는 전기협이 법외단체인 점을 감안,비공식적으로 무파업선언을 할 경우 요구를 수용한다는 최후협상카드 를갖고 막판 담판의 노력을 한 흔적이 있다.그러나 이미 때가 늦어 유화제스처가 받아들여질 수 없도록 일선 근로자들이 강경분위기로 돌아서 있었다.
대개의 노사분규가 으레 그렇듯이 초기단계에는 서로의 세과시를 위해 강경한 자세와 전략을 채택하게 된다.이 과정에서 노조지도부는 조직원을 고무하고 이끌기 위해 필요이상으로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쉽다.그러다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노조지도부가 발을 빼려해도 이미 그때는 현장이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사태수습이 어렵게 된다.
정부도 이미 오래전에 전노대를 중심으로 제2노총의 법적 인정을 받기 위한 정치적 공세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여론에만 기대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소홀히했다.
그러나 철도운행의 마비상태는 북핵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현 국면에서 우리경제와 국민이 감내하기 어려운 일이다.동조파업으로 확산되는 사태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정부는 이제라도 조선·자동거등 대형사업장으로 분규가 번지지 않도록 비상근 무자세로 합리적인 협상결과 유도에 노력하고,노조측도 파국에까지는 이르지 않도록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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