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처리 관련부처 입장-기획원.재무부.건설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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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不實기업정리의「惡夢」이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2조1천억원의 빚(이중 자산초과 부채가 4천3백억원)위에 올라앉아 있는 건설업체 (株)漢陽 때문이다.
경제기획원.재무부.건설부등 정부는 요즘 漢陽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2천억원 가까운 세금을 깎아줘 한양과 그 주거래은행인상업은행을「회생」시켜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직 어느 부처도 공식적인 목소리는 내지 못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내부 논리만 열심히 가다듬고 있을 뿐 막상 한양의 산업합리화업체 지정을 추진했을 때 쏟아질 비난과 부담을이리 저리 재고 있는 중이다.
한양 하나를 위해 산업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丁渽錫부총리)를 열고 조세감면규제법상의 규정을 걸어 세금감면을 의결한다면 이는86년 해외건설 부실의 무더기 정리 이후 꼭 8년만의 일이 된다. 그 8년동안 경제상황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는데 정부의 부실기업정리나 산업정책은 아직도 과거를 답습하려 하느냐는 비난이 매우 거셀 것이다.
80년대가「국민경제를 위해 부실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의 시대였다면 90년대는「시장원리와 자유경쟁원칙을확립하기 위해 정부의 진입규제도 없어야 하지만 부실 기업이나 은행이 경제현장에서 사라지는 일을 정부가 막아서 도 안된다」는것이기 때문이다.
각 부처가 다듬고 있는 내부 논리와 그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건설부는 한양을 인수하는 주공이 공기업이기 때문에 한양의 인수로 주공이 손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인수 조건은 당사자인 주공과 상업은행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산업합리화 지정은 「목적」(한양의 경영정상화)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고위 당국자는 『산업합리화 지정은 조세 감면에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므로 우선 재무부와 상업은행이 논의해야할 일이라고 본다』고 말해 「궂은 일」에 먼저 나서기 싫다는 입장이다.
엄격히 말해 건설부는 이 문제에 있어서 직접 관련부처가 아니며 필요하다면 재무부가 직접 나서서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건설부의 공식입장 아닌 공식입장과는 달리 내부에서는 『건설부가 내부 입장을 정리해 관계부처에 통보하는등 떳떳하게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朴義俊기자〉 漢陽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기획원은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다.
21일 韓利憲차관이 주재한 간부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국장들간에 의견교환이 있었는데 부정적인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다.
기획원 간부들이 부정적인 이유는 한마디로「원칙」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기업과 은행의 부실경영 책임을 왜 조세감면 형태로 국민들이 나누어 져야 하느냐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경영쇄신을 위해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마당에 엄청난 부실덩어리를 공기업인 住公에 갖다 안기는 것도 온당치 않으며,한 업체가 산업합리화란 특혜를 두번씩이나 누리는 것도 잘못됐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관건은 産政審 의장인 丁渽錫부총리 생각이 어느 쪽이냐는 것인데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沈相福기자〉 재무부의 진짜 고민은 漢陽보다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에 있다.
漢陽이 산업합리화 업체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회생이 매우 어려워지지만 이에 못지 않게 상업은행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商銀은 한양에 대출.지급보증등으로 이미 8천여억원이 물려있는 상태고 한양은 현재 빚이 자산보다 오히려 4천3백억 원이나 더 많다. 商銀이 대출금중 일부를 떼이더라도 당장 큰 문제는 없다.상업증권등 자회사 매각과 증자등으로 5천억원 가량의 현찰을 확보해놓은 상태여서 이 돈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그러나 회수 불가능한 부실 채권이 대거 발생하면 은행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해외 차입등 영업활동에도 두고두고 짐이 될 수 밖에 없다.
재무부는 이 때문에 한양을 합리화업체로 지정함으로써 商銀도 살린다는 입장이나『이제는 은행도 경영이 부실하면 도태되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돼야 한다』는 反論에 대한 답은 궁할 수 밖에 없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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