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리포트] STX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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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넘어 진화로’.

삼성증권이 최근 리포트에서 STX엔진의 요즘 모습을 요약한 말이다. 이 회사의 모태는 쌍용중공업이다. 강덕수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STX로 이름이 바뀌었고, 2004년 다시 STX에서 엔진 부문이 분리돼 ‘STX엔진’이란 이름으로 재출발했다.

STX엔진의 주력 사업은 선박용 엔진 제조업. 그중에서도 ‘보기 엔진’을 주로 만들고 있다. 통상 대형 선박에는 스크루를 돌리는 ‘주기 엔진’과 내부 발전용으로 쓰는 5기 안팎의 ‘보기 엔진’이 장착된다. 덕분에 최근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체의 ‘수주 대박’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7일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STX엔진의 2007~2009년 신규 수주 전망치를 기존 1조7000억원, 2조원, 2조1000억원에서 각각 1조9000억원, 2조1000억원, 2조3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 상반기 신규 수주가 예상치(1조원)를 20% 이상 넘어선 1조200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04년 4248억원이던 매출은 2005년 7174억원, 지난해에는 8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증권은 STX엔진이 올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해 1조2154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40% 성장이다.

파는 것 이상으로 얼마나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STX엔진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계속 급상승하고 있다. 2005년 9%대였던 선박용 엔진 수주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3%, 올 6월 말 현재는 무려 17%를 넘어서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 있는데, 수주 단가는 2003년 이후 매년 10% 이상 오른 덕분이다.

주가 역시 급등했다. 지난 연말 2만3700원이던 주가는 증시가 최고조에 달했던 올 7월 한때 7만원까지 치솟아 20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시장 전체의 조정과 함께 4만원대까지 빠졌던 주가는 8월 말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8일에는 6만9000원까지 올라 최고가를 거의 회복했다.

동부증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업체 위주로 납품해 오던 STX엔진이 올해부터는 중국을 포함한 수출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에는 매출이 2조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STX엔진이 보기 엔진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이 20%(2위)에 달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은 현대중공업 등 조선 대형 3사나 부품업체에 비해 낮아 저평가돼 있다며 투자 의견 ‘매수’, 6개월 목표 주가 8만7000원을 제시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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