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룡.최민수 父子 엇갈린 喜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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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원로영화배우 崔戊龍씨(66)와 당대의 인기스타 崔民洙씨(32) 父子가 매우 대조적인 길을 가고 있어 영화계 안팎에 씁쓸한뒷맛을 남기고 있다.1주일 간격으로 아버지는 영어의 장소로,아들은 신혼의 달콤한 여행지로 떠나는 것이다.최무 룡씨는 지난 11일 땅사기 미수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상태고 최민수씨는 18일 오후1시 서울 동부이촌동 온누리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처가가 있는 美洲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아버지가 구속돼 있는데 결혼식을 강행할수 있느냐는 주위 의 걱정에 대해 최씨는『이번 사건에는 본의아니게 아버지가 말려들었다는 생각이 든다.아버지의 결백을 믿는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이번 사건은 당사자의 유무죄를 떠나 화려한 은막 생활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스타들의 한 단면 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최근 崔씨 父子에 얽힌 이야기를정리해본다.
13대 국회의원이란 화려한 정치입문은 잠시일뿐 최무룡씨는 작년 5월 문화체육부 산하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직을 맡으며 영화계로 돌아왔다.
영화계에서 떠나 있던 80년대초부터 지난 10여년의 고립과 외도로부터 돌아온 것이다.최근들어 그는 CATV방송에 공급할 작품을 만들어 보고자 열심이었다고 전한다.
영화계는 이번 사건도 그가 사업을 펴며 본의 아니게 악수를 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8년 경기도 문산에서 태어난 최씨는 중앙대 법학과 재학시절부터 연극에 심취하다 51년 채만식 소설을 영화화한 이만흥감독의『탁류』로 영화계에 데뷔,지금까지 약 5백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진기록을 세웠다.그중에는 올드팬들의 가슴 속 에 새겨진『육체의 길』『꿈은 사라지고』『오발탄』『5인의 해병』『빨간 마후라』『남과 북』등과 같은 추억의 고전도 있다.65년부터는『피어린 구월산』을 계기로 감독도 병행,15편의 작품을 남겼지만 배우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최씨는 가정과 결혼 생활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지 못한 궤적을 그려왔다.강효실(탤런트)씨와의 초혼에 실패한 후 63년 영화배우 김지미씨와 결혼한 그는 다시 정착하지 못하고 69년 이혼해세간에 화제를 뿌렸다.이 때 두 사람은『사랑하므 로 헤어진다』는 유명한 역설을 남기기도 했다.그후로도 그는 두 여성과 새로운 인생의 설계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아 현재 홀로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영화배우로서의 성공 이외에 그의 기구한 인생역정에서 그래도 성공적이었던 것은 88년 공화당 공천으로 고향 파주에서 국회의원에 출마,당선된 일이었다.
당선도 기쁜일이었지만 26년만에 처음으로 아들 최민수씨와 아버지對 아들의 관계로 만나 혈육의 정을 복원시킨 것은 값진 열매였다.『나에겐 어머니만 계시고 아버지는 없다』고 말해왔던 아들 최씨는 아버지의 유세장에 나타나 열심히 선거운 동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살진 않아도 회복된 아버지와 아들관계에만족해왔다.작년 대종상 시상식과 TV토크쇼에서의 만남은 주위사람들에게 훈훈한 父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번최씨의 결혼식에서 아버지와 아들,그리고 어머니 강효실씨가 해후하는 장면을 은근히 기대해왔다.물론 이번 사건으로 이런 드라마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일단 아들 崔씨는 경찰에 보석신청을 해놓은 상태.그는『아버지도 결혼을 예정대로 하라고 하신다』며『만약 아버지없이 결혼식을올린다면 지난 30년 동안의 한에 또다른 恨을 쌓게 될 것』이라고 울먹이고 있다.
『아버지는 그럴 분이 아닙니다.분명히 오해가 있을 겁니다.』아들은 아버지의 결백에 추호도 의심이 없다.아들 최씨는 15일변호사를 선임하고 다시 아버지를 면회했다.그런 와중에서도 이날신부될 강주은양(23)과 결혼비디오 촬영을 마쳤다.그는 침울해진 가족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결혼식은 축복 속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
최씨는『저는 아버지가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중 한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런 분의 명예는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며 혐의를 진실로 믿어버리는 영화계 안팎의 눈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그러면서 최근 외롭게 살고있던 아버지를 자주 찾지못한 것을후회한다고 했다.
채 한살도 되기 전에 아버지의 가출(?)을 겪은 그는 86년고아복서의 삶을 다룬『신의 아들』로 데뷔했다.이후 MBC-TV드라마『사랑이 뭐길래』『걸어서 하늘까지』『엄마의 바다』에서 연속 각광받고 영화쪽에서『미스터맘마』『결혼이야기』 『가슴달린 남자』등으로 확고한 스타의 자리를 굳혔다.
그는 아버지의「화려한 외출」때문에 情붙일 때를 찾지못한 채 고독속에서 성장기를 보내야만 했다.도전적이고 반항아적인 이미지를 갖고있는 것도 이런 성장배경의 부산물이랄수 있다.
이번 최씨 父子의 엇갈린 삶을 대하면서 팬들은 착잡한 심정을갖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화려한 은막의 이면에는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긴장과 자기희생이 필요하다.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산다.그러나 인기란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유한한 인기를 만회해보려고 그들은 권력과 돈에의지하기도 한다.유력인사들과 어울림으로써 사람들 의 편견에서 벗어나 신분상승을 꾀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간간이 발생하는 일부 여배우들의 스캔들도 이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다음의 문제다.왜냐하면 팬들이 그들을 만나는 곳은 스크린과 무대이기 때문이다.그들에게 영화처럼 완벽한 삶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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