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부 … 2000P 고지 재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수확의 계절이지만, 투자자들은 증시에서도 가을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8월 말 불어 닥친 ‘서브프라임’ 태풍에 굳건할 것 같았던 1700선 지지대도 힘없이 무너졌다. 한 달 새 1900선을 회복하며 복구를 끝낸 듯하나 또다시 비가 내리진 않을지 투자자들은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견해다. 6∼7월처럼 자고 나면 지수대가 바뀌는 강한 상승 흐름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지난달처럼 맥없이 지지선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지수에 얽매이기보다는 실적 호전주 중심으로 종목별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10월 중 2000선 회복 가능할 듯”=교보증권 한 곳을 제외하고 다른 증권사들은 모두 다음달 중 다시 2000선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2050선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주요 국가의 금리 인상 정책이 마무리된 터라 글로벌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이라며 “특히 문제의 진원지인 선진국보다는 국내와 같은 신흥시장이 이 유동성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코스피지수가 적어도 1900선은 지켜낼 것으로 봤다. 외국인 매도 압박이 진정되고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후폭풍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악재보다는 호재성 재료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교보증권은 그러나 1800선이 다시 깨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또 올라봐야 1950선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곁들였다. 이종우 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안도감으로 주가가 상승했으나 2000포인트를 넘을 만한 동력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전강후약의 장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호전주를 주목하라=지수 전망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문가들은 일제히 ‘숲보다는 나무를 보라’고 조언한다. 지수 2000선 회복 여부는 상징적 의미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많이 오르긴 했지만 실적 호전세가 뚜렷한 중국 관련주에 대한 추천이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장기적으로 미국(IT)을 팔고, 중국(소재와 산업재)을 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로 중국 관련 업종인 조선·철강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상반기 높은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련주의 프리미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특히 해운주를 추천했다. 이정호 센터장은 “벌크시황이 4분기까지 강세를 지속할 전망인 데다 컨테이너 시황도 하반기 물동량이 회복되면서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CJ투자증권은 그러나 “가격 부담이 있는 중국 관련주와 펀더멘털의 불확실성이 있는 IT·금융 등 경기민감주 모두 주도적 상승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국내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한 내수주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