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송편 맛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2002년은 시어머니께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 추석을 보내신 해입니다. 그해 추석은 증손자 셋 모두 미운 6살이 되던 해라 아주 시끌벅적했죠.

 음식을 만드느라 한창 바쁜데, 손자들은 어른들의 혼을 쏘옥 빼놓으며 뛰어다녔습니다. 보다 못한 시어머니는 “송편을 예쁘게 빚는 사람은 예쁜 여자 친구, 잘 생긴 남자 친구를 만난단다. 우리 강아지들! 나중에 어떤 친구 만나는지 확인해 볼까?”하며, 녀석들과 송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촌 사이인 아이들은 나이가 같아 그런지 유난히 서로에게 지기 싫어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송편이 더 예쁘다며 옥신각신하더니, 어느새 누가 더 많이 만드나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말썽꾸러기들을 2~3시간 동안 붙잡아 둘 수 있었지요.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송편이 신기했던지 쪄낸 것 중 자기가 만든 것을 골라 먹었습니다.

 너무 많이 먹었는지 막상 추석날은 송편을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시어머니는 남은 송편으로 맛탕을 만들었습니다. 말썽꾸러기들은 송편 맛탕을 보고, 송편과 다른 음식이라 생각하며 남기지 않고 먹었습니다.

 송편 맛탕은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증손자들을 위해 손수 만든 음식입니다. 추석이 다가오니 시어머니의 마음이 들어있는 맛탕이 생각나네요.
 
(박정득·56·경북 포항시 용흥동)

■재료=송편 15개, 설탕 5큰술, 기름 1큰술, 물 1큰술, 땅콩가루 약간, 튀김기름 적당량

■만드는 법=먹다 남은 송편은 160℃의 튀김기름에서 타지 않게 튀겨 건져 기름을 뺀다. 팬을 달구어 설탕, 기름, 물을 넣고 설탕이 다 녹아 하얀 거품이 생길 때까지 계속 끓이다가 수저를 떴을 때 실처럼 길게 늘어나면 튀긴 송편을 넣고 볶아 맛탕을 만든다.

 다음 주제는 사랑이 담긴 추억의 요리

중앙일보 week&과 청정원 국선생(鮮生)이 공동으로 매주 ‘이런 요리, 저런 얘기’의 사연을 찾습니다. 다음 주제는 ‘사랑이 담긴 추억의 요리’입니다. 요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대상 홈페이지(daesang.co.kr)에 올려 주세요. 맛있는 요리나 사연을 선정해 가정 요리 전문가인 최경숙 선생님 아카데미 5회 수강권(40만원 상당)과 청정원 밑국물인 국선생(鮮生)과 맛간장 소스(10만원 상당)를 선물로 드립니다. 02-539-8777.

ADVERTISEMENT
ADVERTISEMENT